[펀드매니저의 투자비밀②]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주식도 삶도 역발상 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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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50ㆍ사진)은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된 사람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실제 로또 복권에 당첨된 경험이 있어서가 아니다. 1990년대 후반 무려 400억원대 성과급을 받았다는 '루머 아닌 루머'에 시달린 적이 있어서다.
현대투자신탁운용에서 ‘바이코리아 펀드’를 성공적으로 운용한 장 사장의 성과급 규모가 당시 증권시장에서 화제가 됐다. 장 사장은 이러한 내용이 전해진 당일 하루에만 500여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400억여원을 성과급으로 받은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펀드 운용으로 400억원 가량의 이익을 회사에 안겨준 게 잘못 알려진 것이었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당시 장 사장이 얼마나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스폿펀드의 ‘귀재’…열흘이면 수익률 10% 달성
장 사장은 펀드매니저 1세대로 통한다. 동원증권 재직 시절에는 훗날 미래에셋 그룹을 일궈 낸 박현주 회장의 뒤를 이어 증권사가 갖고 있는 돈(고유계정)을 주식이나 채권으로 운용하는 '딜러'를 지내기도 했다. 현대투신운용에 있을 땐 강신우 현 한국투신운용 부사장과 함께 대한민국을 펀드투자 열풍에 휩싸이게 한 ‘바이코리아 펀드’의 간판 펀드매니저로 활동했다.
장 사장은 ‘○년간 수익률 ○○○%’ 따위의 성적표가 없다. 그가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린 건 ‘단순히’ 수익률이 좋아서 아니었다.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청산하는 '스폿펀드의 귀재'로 유명해졌다. 스폿펀드란 가령 목표수익률을 12%로 설정하고 이 수익률을 달성하면 펀드를 청산하는 펀드다. 만기가 목표수익률 달성기간이 되는 셈이다.
“바이코리아 펀드를 운용할 때는 스폿펀드를 주로 맡았습니다. 대부분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까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1000억원을 설정하면 목표수익률 10%정도 달성하는 것은 열흘이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운용하는 펀드에 유독 많은 돈이 몰렸던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겁니다. 이렇게 굴린 돈만 3조원은 족히 됩니다.”
당시 ‘바이코리아 펀드’ 중에서도 스폿펀드의 인기는 대단했다. 공모를 통해 자금을 모으기 시작하면 현대투신운용 직원들이 가장 먼저 창구에 달려왔을 정도였다. 회사로부터 수백 억원을 보상받았다는 얘기는 과장된 것이기는 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운용 성과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상당액을 성과급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KTB자산운용 사장에까지 오르게 된 것도 ‘바이코리아 펀드’를 운용하며 명성을 떨친 덕분에 가능했다. 장 사장이 KTB자산운용으로 오기 이전 펀드매니저 생활을 한 것은 단 2년 뿐이었다. 1997년 7월부터 1999년 7월까지 현대투신운용에서 공모펀드를 운용한 것이 전부다. 그 전에 동원증권에선 고객 돈이 아니라 회사돈을 운용하는 '딜러'였다. 더구나 당시 장 사장의 직급은 부장급에 불과했다. 그가 일약 자산운용사 사장에 발탁된 것은 그래서 파격적이었다.
장 사장이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은 ‘역발상적 행보’를 했기에 가능했다. 대학 졸업 이후 복무 기간이 긴 공군장교로 군 생활을 한 것도 그렇고, 호남 사람인데도 첫 직장을 삼성그룹(삼성생명)으로 정한 것도 그렇다.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77학번인 장 사장이 대학을 졸업할 때, 졸업생들 사이에서 호남 사람은 호남 기업을 가야한다는 정서가 강했다.
동원증권을 사직하고 나왔을 때 호남 회사였던 한남투신운용에서 ‘러브콜’을 했지만, 이를 뿌리치고 현대투신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는 광주일고 동기동창이지만, 미래에셋에 갈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그의 역발상 행보는 투자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남들과 다른 ‘역발상 투자’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PER, PBR 높을수록 좋다고?
장 대표는 시장의 흐름을 중시한다. 그는 투자를 결정하기에 앞서 거시경제 지표를 먼저 살핀다. 그리고 메가트렌드가 될 만한 업종을 가려낸다. 업종이 정해지면 가장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을 찾는다. 전형적인 ‘톱다운(하향식·top down)’ 방식의 투자법이다. 톱다운 투자법에 따르면 지금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종목, 앞으로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종목이 주된 투자 대상이다.
기업가치 대비 주가수준(밸류에이션)이 높아도 성장성이 크다고 판단되면 그는 우선 사고 본다. 밸류에이션 지표로 주로 쓰이는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으니까 안 산다는 논리는 장 대표에게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밸류에이션 지표가 높을수록 좋게 본다.
조선주가 대표적이다. 조선업종이 잘 나갔던 2007년에 업종 평균 PER이 수십배에 달했다. 많은 사람들이 조선주가 비싸다며 사지 않을 때 장 사장의 시각은 달랐다. 몇년치 일감을 쌓아놓고 있고, 수주도 밀려드는데 주가가 오르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2009년엔 조선주 PER이 6∼7배에 그쳤지만 업황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에 PER이 하락한 것이라고 장 사장은 해석한다.
"PER이 15배 이상이면 비싸고 6∼7배면 싸다는 논리는 그래서 맞지 않습니다. 둘 다 적정한 가격인 겁니다. 2007년과 2009년에 시장에서 바라보는 업황에 대한 시각이 크게 달라졌고, 이 때문에 적정하다고 생각되는 가격 또한 바뀐 겁니다.”
이는 소위 가치투자자들의 투자철학과 정확히 반대되는 개념이다. 가치투자자들의 우선 투자대상은 ‘싼 주식’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PER과 PBR이 낮은 종목을 선호한다. 회사에 순유동자산이 많아 재무적으로 안정된 기업도 눈여겨본다. 한마디로 절대 안 망할 것 같은 기업 가운데 밸류에이션이 낮은 종목을 사 놓고 언젠가 오를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반면 장 사장은 조금 비싼 것처럼 보여도 성장성만 담보된다면 좋은 주식이라고 여기고 기꺼이 산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실적이 좋아지는 지 여부이다.
“기업과 주식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는 좋은데 주식은 안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태광산업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이 회사의 2009년 10월 6일 종가가 82만6000원입니다. 그런데 주당순자산가치(BPS)가 140만원에 이릅니다. 당장 회사를 청산해도 1주당 50만원 이상의 가치가 더 있습니다. PBR이 0.6배밖에 안 됩니다. 그렇다고 이 회사 주식이 싸다고 할 수 있을까요?”
장 사장은 상장기업편람을 옆에 끼고 직접 계산기를 두드리며 설명했다. PER, PBR의 높고 낮음으로 주가가 ‘싸다, 비싸다’를 논하는 게 얼마나 허황된 지 제대로 보여주려는 심산인 것 같았다.
“주식 투자를 왜 합니까? 캐피털 게인(시세차익)이나 배당수익 때문일 겁니다. 주당 80만원이 넘는 태광산업을 산다면 최소 주가가 100만원은 간다고 봐야 투자할 명분이 생깁니다. 하지만 당분간 100만원 이상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주주 친화적이지 않은데다 대주주가 회사의 이익을 많이 내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럼 배당이나 많아야 할텐데, 이 회사가 작년에 지급한 배당금을 볼까요? 주당 1750원을 배당했습니다. 시가배당률로 치면 0.2%입니다. 은행 이자보다도 훨씬 낮습니다. 캐피털 게인도 기대하기 힘들고, 배당은 무시할 만한 수준인 이 회사 주식을 사는 게 현명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태광산업은 증시에서 소문난 자산주이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낮고, 투자자산과 부동산자산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명 ‘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가 이 회사 지분을 사서 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주식 투자자는 유연한 사고가 필수입니다. 기업이 살아서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PBR이 1배 미만이니까 산다는 식이어서는 곤란합니다. PBR을 따지는 종목 대부분은 사람으로 치면 노인입니다. 성장성할 게 없어서 청산가치만 쳐다보고 있는 셈인거죠. 반면 한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기업에는 PBR이라는 잣대를 댈 필요가 없습니다. 앞으로 돈 벌 일만 남았는데 자산의 많고 적음이 중요할 리 없습니다. 이런 기업은 멀티플(배수)이 높아져도 싼 주식입니다. 유망한 새 사업을 성공적으로 발굴하는 기업은 이익을 늘려서 멀티플을 낮춥니다.”
그는 이러한 좋은 기업의 전형으로 GE를 꼽았다. GE는 돈을 많이 벌고 있는 캐시카우 사업부를 매각하고, 끊임없이 새 먹거리를 성공적으로 발굴한다는 설명이다. 장 사장은 한국에서도 2차 전지, 바이오, 에너지 등 신성장 동력 발굴에 열심인 기업에 후한 점수를 준다. IT(정보기술), 게임 산업에 속한 기업도 호평했다. 당분간 한국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다만 IT 업체에 투자할 경우 제품 수명이 짧고 단일 품목만 만드는 곳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휴대폰은 제품 수명이 짧아 재고가 많이 발생하고, 연구개발(R&D) 비용은 많아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설명이다. 장 사장의 지적대로 휴대폰만 만들었던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크게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에서는 팬택이 그랬고 해외에서는 모토로라가 그랬다.
자동차,항공,조선 등의 산업에 속한 기업도 선호하지 않는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고 유가ㆍ환율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 너무 때문이다.
◆살 때는 매도호가, 팔 때는 매수호가에…
그는 일단 투자 대상을 정하고 나면 신속하고 공격적으로 매매한다. 남들보다 빨리 사서 빨리 판다.
“주식을 살 때 일반 투자자들도 그렇고 펀드매니저들도 대부분 매수호가에 주문을 걸어 놓습니다. 밑으로 받쳐 놓고 매수하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팔려고 내놓은 가격, 즉 매도호가에 삽니다. 그래서 펀드매니저로 활동했던 시기에 제 주문은 체결률이 95%에 달했습니다.”
가령 삼성전자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70만원에 사든 70만5000원에 사든 일단 원하는 만큼 사고 본다는 얘기다. 70만원에 산다는 얘기는 앞으로 100만원, 200만원 간다고 보는 것인데 몇 천원이 무슨 대수냐는 말이다. 반대로 팔 때도 목표한 주가까지 오르면 매수호가에 물량을 풀어 준다고 했다.
“주식은 사는 것보다 파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결국 팔아야 이익이 실현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성공적으로 엑시트(exit;매도)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남들이 못 사서 안달 났을 때가 매도 타이밍입니다. 그래야 마음 놓고 팔 수 있습니다. 자기가 팔아서 주가를 떨어뜨리면 팔기 정말 힘들어 집니다. 시장 선호주, 대형주가 주된 투자 대상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장 사장의 매매 스타일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1998년 LG전자 주가가 1만원대까지 떨어지자 그는 시장에서 나오는 물량을 모조리 받아냈다. 순식간에 1000만주나 매수했다고 한다. 회사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이후 LG전자 주가는 급등했고 그는 1년여 만에 4만~6만원에 이 주식을 처분할 수 있었다. 그 때 얻은 별명이 ‘장 대포’ 이다. 매매 스타일이 워낙 시원시원하고 대범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투자종목은 30개 내외가 적정하다고 봅니다. 너무 많으면 각 종목에 대해 제대로 알기가 힘들어요. 만약 은행주가 유망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가장 선호 종목 하나만 정하면 됩니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다 사서 종목을 늘리는 것 보다 가장 유망한 한 종목에 집중하는 게 수익도 더 잘 납니다.”
◆“기업 탐방에서 실적전망은 치워 버려라”
펀드매니저의 주요 일과 중 하나가 기업탐방이다. 회사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가늠하기에 직접 방문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최근에는 펀드매니저가 직접 기업을 찾아가는 경우보다 기업의 IR 담당자가 펀드매니저를 찾아오는 일이 더 많아졌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펀드매니저들은 중요한 투자 판단을 내릴 때 탐방을 간다. 장 사장도 탐방을 무척 많이 다녔다.
“기업 탐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재무적 자료나 앞으로의 실적 전망이 아닙니다. 사실 그런 것은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탐방은 기업의 미래를 보는 작업입니다. 공장이 얼마나 잘 굴러가고 있는 지, 일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은 지, 사장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등을 봐야 합니다.”
그는 특히 기업탐방을 가면 꼭 묻곤 하는 게 있다. 바로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 현황이다.
“한국 사람들이 자기 얘기는 잘 안 해도 남 얘기는 잘 하지 않습니까. A라는 회사에서 동종업계에 속한 B 회사를 물어보면 그 회사의 강점과 약점이 다 나옵니다. 반대로 B 회사에 갔을 때는 A 회사를 물어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C, D, E 등 각 산업내 속한 기업들의 장단을 대부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또 탐방한 회사의 경영진과 친분을 쌓는 데 주력한다. 기업의 정보가 숫자에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장 사장은 “탐방했던 회사의 경영진이 나중에 경영 판단에 대한 조언을 구할 만큼 친해질 정도”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곤 한다. 사실 진짜 정보는 숫자 이외의 것들이다.
“펀드매니저는 숫자에 능해야 합니다. 실제로 펀드매니저 중에는 재무나 회계를 잘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흐름을 읽어내는 통찰력입니다. 재무정보, 산업환경, 경영진의 철학, 산업 내 기업의 위치 등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고 투자하긴 어렵습니다. 일부만 알 뿐입니다."
장 사장은 통찰력을 펀드매니저의 중요한 자질로 꼽는다. 책을 많이 읽어 다양한 분야에 지적 호기심이 많으면서 어떤 논쟁에도 토론할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이 투자도 잘 한다는 논리다. 펀드매니저는 사고를 확장하는 눈이 있어야 하고, 남들과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나치게 회계적 지식으로 무장한 사람은 오히려 그 틀 안에서만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펀드매니저는 회계사보다 오히려 소위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로 불리는 학문을 한 사람이 더 잘 할 수도 있습니다.”
◆가치투자·모멘텀투자 경계 사라져
장 사장은 KTB자산운용의 대표를 10년여째 맡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명함에 ‘펀드매니저’라는 직함을 새기고 다닌다. 직접 펀드를 운용하지는 않지만 영원한 현역으로 남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사실 그가 1990년대 후반 한창 펀드를 운용했을 때와 지금은 투자의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었다. 장 사장 또한 “기업의 지배구조가 점차 투명해지면서 한국도 바텀업(bottom up·상향식) 방식의 투자가 가능해 졌다”며 가치투자와 모멘텀 투자의 구분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단순히 각광받는 산업이나 테마 위주의 투자 일변도에서 벗어나 ‘좋은 기업, 좋은 주식’을 가려내 투자하는 게 가능해 졌다는 얘기다. 과거 대주주가 회삿돈을 쌈짓돈처럼 쓰는 시대도 아니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참여로 주주의 위상도 한층 강화됐다는 것이다.
또한 바텀업 방식의 투자는 장기투자가 필수인데, 이러한 여건도 점차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장 사장은 진단했다. 장기투자를 위한 조건으로 장 사장은 무엇보다 자산운용을 하는 사람의 장기근속을 꼽았다. 특히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가 한 펀드를 오래 운용해야 돈을 맡기는 사람도 안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펀드매니저가 연봉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어떻게 고객 돈을 책임감 있게 운용할 수 있겠냐는 얘기다.
실제 KTB자산운용은 1999년 당시 창업 멤버가 18명이었는데 이가운데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있는 인원이 13명이나 된다. 인력 이동이 비교적 잦은 금융업계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장 사장의 비서와 운전기사도 당시 창업 멤버 중 하나다. KTB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안영회 부사장은 현대투신운용 시절부터 십 수년을 장 사장과 함께 하고 있다.
장 사장은 남의 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는 그 ‘남’과 이해관계를 같이 해야 한다고 본다. 고객과 고객 돈을 운용을 하는 펀드매니저, 그리고 회사 모두가 투자로 인한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자기 돈처럼 남의 돈도 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직원들 상당수가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운용 수익을 고객과 회사, 직원들이 공유하는 구조입니다. 앞으로 점점 더 이렇게 가야 한다고 봅니다. 월가의 상당수 금융사는 회사와 그 구성원이 함께 이익을 공유하는 파트너 형태로 운영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부의 중요함을 역설했다. 잘 쓸 줄 아는 사람이 잘 벌 줄도 안다는 얘기다.
“돈은 많이 벌어야 합니다. 쓸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남의 돈을 운용해서 돈을 버는 펀드매니저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워런 버핏도 잘 쓰니까 잘 버는 것 아니겠습니까. 돈은 차갑게 다루되 마음만은 따뜻한 펀드매니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글=안재광 한경닷컴 기자 ahnjk@
사진=양지웅 한경닷컴 기자 yangd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