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은 말그대로 실제 주인인 실권리자 명의로 부동산등기를 하게 해 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와 탈세,탈법 행위를 근절하자는 법이다. 이 같은 반사회적 행위를 막고 부동산거래를 정상화하는 한편 부동산 가격안정도 도모해 나라경제를 발전시키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95년 도입 이후 시행 14년째인 이 법의 행정집행을 담당하는 일선 시 · 군 · 구에서부터 문제점이 적지 않다.

어제 감사원의 '부동산실명법 위반자 처리 감사결과'발표를 보면 법 집행 실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일선 시 · 군 · 구의 부동산관련 일선 공무원들은 명의신탁자와 유착해 법위반 사실을 임의로 무혐의처리하거나 부동산실명법 위반사실을 장기간 방치(放置)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게 만든 경우가 많았다. 감사원이 조사를 벌인 43개 기초 지자체에서 나온 징계자 및 수사 대상자가 16명씩이나 되고 미부과된 과징금도 244억원에 달하는 지경이다. 실명제 회피 대상도 서울 도심의 오피스텔건물에서부터 골프장 부지와 제주도 농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만큼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사례가 전국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이들은 대부분 세무당국에서 법위반사실을 통보받아 놓고도 눈감아 주었다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일선에서 법을 지켜내야 할 공무원들의 의지가 이러하다면 법은 있으나마나다. 그러니 이 법을 우습게 여기며 부동산투기에 나서는 사례가 줄을 잇고, 심지어 국무위원을 비롯해 인사청문 대상의 고위직 공무원이나 선출직 공직자의 자질 검증이 빚어질 때면 수시로 이 문제로 논란이 빚어지고 낙마자까지 나오는 것이다.

선진국 문턱에 선 나라경제의 수준을 생각해서라도 이제 부동산실명제를 둘러싼 이런저런 논란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일선 공무원들의 엄정한 법집행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만 우리사회 각층의 부동산 구입과 소유방식도 한 단계 투명해질 수 있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