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고교 수능성적 순위공개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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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권리 차원서 공개한 것" 대입·고교선택제 영향줄듯
그동안 금기시됐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학교별 성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5년간 대입 수험생들의 수능 표준점수를 고교별로 분류해 국회 교과위 소속 의원들에게 제출한 자료가 12일 한 언론에 공개됐다. 1994년 수능이 시작된 이래 고교별 성적이 외부에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언어 수리 외국어 등 수능 3개 영역의 평균점수를 합산한 결과 대원외고가 401.63점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민족사관고(397.88)와 한국외대부속외고(394.72) 한영외고(392.53) 명덕외고(391.76) 대구외고(391.08) 대일외고(390.59) 등의 순이었다.
상위 30개교 중 외국어고,자립형사립고가 아닌 일반고 중에서는 충남 공주의 한일고(388.52)가 가장 높은 8위에 올랐고 공주사대부설고, 경기 광명의 진성고, 안산의 동산고 등 4개교가 포함됐다. 그나마 모두 비평준화 지역 고교였으며 평준화 지역 고교는 한 곳도 없었다.
전국의 수능 성적 순위가 학교 이름과 함께 고스란히 공개되자 정부는 당혹스러워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사회적 파장을 우려해 '원자료를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과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두 있었다"며 "고법에서 수능 성적 원자료를 공개하라는 판결도 있었고 지난해부터 꾸준히 국회에서 요구해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제공 당시 연구 목적으로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고 학교와 학생 이름을 지운 채 제공했는데도 고교별로 보도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교과부 해명과 달리 이 같은 사태는 충분히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교과부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학교와 학생 이름을 지웠더라도 응시자 수를 세어보면 어느 학교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돼 있다. 또 지난 7월 '수능 원자료를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하겠다'는 서약서를 쓰는 조건으로 국회의원들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방문해 '열람'하는 형태로 수능 원자료 공개를 허용했던 교과부는 이번에 CD에 담긴 수능 원자료를 국회의원들에게 제공하면서 서약서조차 받지 않았다.
수능 성적 공개는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그동안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시행했다는 논란을 일으켜온 대학들이 이 자료를 입학사정관 전형에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우려다. 또 올해 처음으로 실시되는 고교선택제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성적이 낮은 학교를 기피하는 현상도 벌어질 수 있다.
교과부 측은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감독 강화와 고교선택제에 대한 대책 마련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어 무책임하게 자료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교과부 양성관 인재기획분석관은 "고교선택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서울시 교육청과 협의해 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5년간 대입 수험생들의 수능 표준점수를 고교별로 분류해 국회 교과위 소속 의원들에게 제출한 자료가 12일 한 언론에 공개됐다. 1994년 수능이 시작된 이래 고교별 성적이 외부에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언어 수리 외국어 등 수능 3개 영역의 평균점수를 합산한 결과 대원외고가 401.63점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민족사관고(397.88)와 한국외대부속외고(394.72) 한영외고(392.53) 명덕외고(391.76) 대구외고(391.08) 대일외고(390.59) 등의 순이었다.
상위 30개교 중 외국어고,자립형사립고가 아닌 일반고 중에서는 충남 공주의 한일고(388.52)가 가장 높은 8위에 올랐고 공주사대부설고, 경기 광명의 진성고, 안산의 동산고 등 4개교가 포함됐다. 그나마 모두 비평준화 지역 고교였으며 평준화 지역 고교는 한 곳도 없었다.
전국의 수능 성적 순위가 학교 이름과 함께 고스란히 공개되자 정부는 당혹스러워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사회적 파장을 우려해 '원자료를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과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두 있었다"며 "고법에서 수능 성적 원자료를 공개하라는 판결도 있었고 지난해부터 꾸준히 국회에서 요구해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제공 당시 연구 목적으로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고 학교와 학생 이름을 지운 채 제공했는데도 고교별로 보도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교과부 해명과 달리 이 같은 사태는 충분히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교과부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학교와 학생 이름을 지웠더라도 응시자 수를 세어보면 어느 학교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돼 있다. 또 지난 7월 '수능 원자료를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하겠다'는 서약서를 쓰는 조건으로 국회의원들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방문해 '열람'하는 형태로 수능 원자료 공개를 허용했던 교과부는 이번에 CD에 담긴 수능 원자료를 국회의원들에게 제공하면서 서약서조차 받지 않았다.
수능 성적 공개는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그동안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시행했다는 논란을 일으켜온 대학들이 이 자료를 입학사정관 전형에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우려다. 또 올해 처음으로 실시되는 고교선택제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성적이 낮은 학교를 기피하는 현상도 벌어질 수 있다.
교과부 측은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감독 강화와 고교선택제에 대한 대책 마련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어 무책임하게 자료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교과부 양성관 인재기획분석관은 "고교선택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서울시 교육청과 협의해 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