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신산업 분야인 로봇 비즈니스에 진출한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처음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12일 "미래형 자동차의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로봇산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며 "앞으로 수년간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1인용 운송로봇 등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와 관련,지난달 중순 계열사 현대로템과 공동으로 경기 의왕연구소에 로봇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 등을 초청해 '국내 로봇산업 추진 방향 및 로봇기술 현황에 관한 전문가 초청 워크숍'을 비공개로 열었다. 현대로템은 한국로봇산업협회 회장사다.

이 자리에는 현대차의 미래 기술을 구상하는 연구개발총괄본부 내 선행개발센터 및 지능형 안전연구팀,환경에너지연구팀 소속 연구원이 다수 참석했다. 현대차는 이 모임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이날 워크숍에 참석한 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능형로봇연구단장은 "자동차의 전자화 및 첨단화와 맞물려 향후 차량과 로봇은 뗄 수 없는 관계가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앞선 정보통신 기술과 현대차의 산업화 노하우를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차의 글로벌 경쟁 업체인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진보한 형태의 로봇을 다수 선보이고 있다. 혼다는 1996년 스스로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휴머노이드 'P2'에 이어 2000년 시속 6㎞의 속력을 낼 수 있는 '아시모'를 내놨다. 도요타는 2006년 바이올린 트럼펫 등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로봇과 두 다리로 걷는 운송로봇 '아이풋' 등 2종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내년부터 아이풋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닛산은 지난해 말벌의 습성을 본뜬 'BR23C 로봇카'에 이어 레이저를 통해 장애물 간 거리를 측정한 뒤 충돌없이 달릴 수 있는 '물고기형 로봇'을 최근 발표했다.

지식경제부 로봇팀 관계자는 "국내 로봇산업 기술은 미국 일본 등 최상위 국가의 84% 수준으로,현대차 등이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면 따라잡을 수 있다"며 "앞으로 로봇 자체가 자동차를 뛰어넘는 신산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경부는 작년 364억원 규모였던 청소 · 교육 · 오락 등 국내 개인 서비스 로봇의 매출액이 올해 717억원 수준으로 두 배가량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보행 로봇을 위한 핵심 센서를 차량에 접목시키는 등 두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라며 "로봇산업 진출만으로도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