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자회사, 연료 개별구매로 6년간 9천억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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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 "재통합 하라" 주장
자회사 "통합 돼도 절감 안돼"
자회사 "통합 돼도 절감 안돼"
12일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열린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한전에 대한 국정감사의 최대 쟁점은 5개 발전 자회사 재통합과 연료통합구매 문제였다.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연료통합구매 확대와 발전사 재통합을 대부분 주장하고 나섰다.
특이한 점은 의원들과 피감기관인 한전이 찬성 입장을 보인 데 반해 전력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정작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는 것이다.
◆"연료통합구매 확대해야"
김쌍수 한전 사장은 업무현황 보고에서 "상반기 1단계로 중국산 유연탄을 통합구매(전략적 공동구매)해 보니 협상력이 높아져 1500억원의 구매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며 "인도네시아와 호주산 유연탄으로 전략적인 공동구매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거의 모든 의원들이 통합구매로 구매비용이 줄면 결국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억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동안 통합구매 확대를 주장했던 김 사장에게 힘을 실어준 셈이다.
주승용 의원(민주당)은 "지난 6년간 유연탄을 가장 저렴하게 구매한 남동발전의 단가를 기준으로 그보다 비싸게 산 나머지 4개사의 추가 지급액을 합하면 금액이 9039억원에 달한다"면서 "통합구매를 했더라면 적어도 9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혁 의원(한나라당)도 "발전 원자재를 공동구매했더라면 2002년부터 5년간 연평균 3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발전 분할로 구매비용이 높아졌고 판매원가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통합구매 효과에도 불구하고 지경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권평오 지경부 전기위원회 사무국장은 "통합구매시 구매 단가가 가장 낮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면서 "규모의 경제보다는 발전사들이 경쟁을 통해 저렴하게 연료를 구매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발전사 재통합해 국민 부담 줄여야"
연료통합구매에서 더 나아가 발전 5개사를 재통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쏟아졌다. 정부는 2001년 4월 전력산업구조 개편 기본계획에 따라 발전 · 송전 · 배전을 통합운영하던 한전에서 발전부문을 분리했고,이를 다시 5개 발전사로 분할했다.
분할 이유로는 △전력산업에 경쟁 도입으로 전력공급의 효율성 제고 △장기적으로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공급 보장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통한 편익 증진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의원들은 분할 8년이 지났지만 당초 정책목적이 달성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재통합으로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경부를 상대로 목소리를 높였다.
노영민 의원(민주당)은 "지경부는 부정적인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과거 정책결정이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재통합의 당위성과 효과를 애써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규 의원(한나라당)도 "연료와 기자재를 발전회사별로 분산 구매함에 따라 구매단가가 높아졌고,한전의 브랜드파워와 발전사의 기술인력이 분산돼 해외시장 개척 역량도 크게 악화됐다"며 "지경부는 반대 입장만 보이지 말고 발전사 분할 이후 나타난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해 국민 부담을 줄여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