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중국 물량공세…석유화학 다시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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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값 한달만에 급락세 반전…업체마다 재고 소진 '진땀'
국내 석유화학업체 A사는 최근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에틸렌(PE) 등의 재고물량을 소진하는데 진땀을 빼고 있다. 올들어 가격을 불문하고 물량을 잡던 해외 바이어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석유화학제품 가격 하락세의 여파다.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시행과 중국 특수(特需) 등에 힘입어 호황가도를 달려왔던 석유화학경기가 꺾이면서 공급자가 쥐고 있던 '칼자루'가 어느덧 수요자들의 손에 넘어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물량을 처분하기 위해 모든 기업들이 전쟁을 치르다시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최근 가격흐름은 특별한 하방경직 포인트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하락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과 중동 석유화학업체들까지 물량공세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극심한 침체를 견뎌내는 데 성공,활황의 과실을 맛봤던 국내 업계가 또 다시 어두운 터널에 빠져들 것을 걱정하고 있다.
◆중동 · 중국,생산능력 확대
가격하락은 중국 두샨즈(100만t),사우디아라비아 얀삽(130만t),카타르 라스라판(130만t) 등이 신규 설비를 가동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들의 생산규모(에틸렌 기준)는 연간 390만t으로 국내 연간 총 생산물량(730만t)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4분기에는 중국 톈진(100만t),UAE 부르주(150만t)까지 총 636만t 규모의 신규 설비를 가동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PE의 경우 지난 8월 초만 해도 t당 1300달러에 머물렀으나 지난달 말엔 1100달러대로 떨어졌다.
업체들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스프레드(spread · 원료구매 가격과 판매가격의 차이)'도 악화되는 추세다. PE 스프레드는 지난 5월 t당 520달러에서 이달 들어서는 30% 이상 빠진 t당 340~350달러 선에 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설비운영 노하우를 쌓은 중국 업체들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며 "중국발(發) 물량공세가 가격 하락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사도 '속앓이'
글로벌 석유화학시장의 호황세가 한풀 꺾이면서 국내 정유사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 들어 정유사의 비주력인 석유화학부문은 주력 정제부문의 부진을 상쇄해주는 효자사업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정유사의 대표 석유화학 제품인 파라자일렌(PX) 벤젠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실적 악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상반기 t당 1000달러대를 유지하던 PX가격은 지난 달 이후 10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말 기준 PX가격은 t당 850달러로 지난 5월 초 t당 1180달러대에 비해 300달러 이상 떨어졌다. 업계는 폴리에스터 섬유의 원료로 사용되는 PX가격이 계절적 비수기와 중동 · 중국 지역의 공급과잉으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벤젠 가격 역시 지난달 말 기준 t당 700달러대로 지난 8월 초 900달러대에 비해 200달러 가까이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이 관건
일단 국내 업체들의 3분기 실적은 호황을 누렸던 상반기 못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9월부터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만큼 4분기 이후의 실적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본 경제산업부도 최근 발표한 '세계 석유화학산업 전망'을 통해 "중국과 중동의 생산능력 확대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2011년까지 세계 석유화학경기가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다만 국내 업체들의 설비 운영능력이 뛰어난 만큼 글로벌 경기 회복이 본격화할 경우 석유화학 경기하강의 여파가 크지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LG화학 관계자는 "해외 업체들의 물량공세에 대비해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재편해왔기 때문에 충격파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선/이정호 기자 sunee@hankyung.com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시행과 중국 특수(特需) 등에 힘입어 호황가도를 달려왔던 석유화학경기가 꺾이면서 공급자가 쥐고 있던 '칼자루'가 어느덧 수요자들의 손에 넘어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물량을 처분하기 위해 모든 기업들이 전쟁을 치르다시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최근 가격흐름은 특별한 하방경직 포인트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하락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과 중동 석유화학업체들까지 물량공세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극심한 침체를 견뎌내는 데 성공,활황의 과실을 맛봤던 국내 업계가 또 다시 어두운 터널에 빠져들 것을 걱정하고 있다.
◆중동 · 중국,생산능력 확대
가격하락은 중국 두샨즈(100만t),사우디아라비아 얀삽(130만t),카타르 라스라판(130만t) 등이 신규 설비를 가동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들의 생산규모(에틸렌 기준)는 연간 390만t으로 국내 연간 총 생산물량(730만t)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4분기에는 중국 톈진(100만t),UAE 부르주(150만t)까지 총 636만t 규모의 신규 설비를 가동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PE의 경우 지난 8월 초만 해도 t당 1300달러에 머물렀으나 지난달 말엔 1100달러대로 떨어졌다.
업체들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스프레드(spread · 원료구매 가격과 판매가격의 차이)'도 악화되는 추세다. PE 스프레드는 지난 5월 t당 520달러에서 이달 들어서는 30% 이상 빠진 t당 340~350달러 선에 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설비운영 노하우를 쌓은 중국 업체들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며 "중국발(發) 물량공세가 가격 하락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사도 '속앓이'
글로벌 석유화학시장의 호황세가 한풀 꺾이면서 국내 정유사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 들어 정유사의 비주력인 석유화학부문은 주력 정제부문의 부진을 상쇄해주는 효자사업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정유사의 대표 석유화학 제품인 파라자일렌(PX) 벤젠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실적 악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상반기 t당 1000달러대를 유지하던 PX가격은 지난 달 이후 10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말 기준 PX가격은 t당 850달러로 지난 5월 초 t당 1180달러대에 비해 300달러 이상 떨어졌다. 업계는 폴리에스터 섬유의 원료로 사용되는 PX가격이 계절적 비수기와 중동 · 중국 지역의 공급과잉으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벤젠 가격 역시 지난달 말 기준 t당 700달러대로 지난 8월 초 900달러대에 비해 200달러 가까이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이 관건
일단 국내 업체들의 3분기 실적은 호황을 누렸던 상반기 못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9월부터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만큼 4분기 이후의 실적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본 경제산업부도 최근 발표한 '세계 석유화학산업 전망'을 통해 "중국과 중동의 생산능력 확대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2011년까지 세계 석유화학경기가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다만 국내 업체들의 설비 운영능력이 뛰어난 만큼 글로벌 경기 회복이 본격화할 경우 석유화학 경기하강의 여파가 크지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LG화학 관계자는 "해외 업체들의 물량공세에 대비해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재편해왔기 때문에 충격파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선/이정호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