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 홈플러스 ·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자체 상표(PB,이마트는 PL)상품과 품목 수를 늘리고 상품 진열 공간을 확대하는 등 치열한 PB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07년 10월 대규모 PL 상품을 선보이며 'PL 전쟁'에 불을 지핀 이마트는 현재 23%인 PL 매출 비중을 2012년 35%로 높일 계획이다. 홈플러스도 현재 26%인 PB 비중을 2012년 40%로,롯데마트는 19%에서 3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PB는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생산을 주문해 만든 상품을 자체 상표를 붙여 자사 매장에서만 파는 것이다. 제조업체들이 자체 브랜드를 붙여 여러 유통매장에서 동시에 파는 'NB'(제조업체 브랜드)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PB는 유통업체의 미래 생존과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대형마트는 전국 점포 수가 400개에 육박하면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든 데다 경쟁 심화로 점포별 가격이나 행사 패턴,심지어 매장 구조까지 닮아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 가격 · 편의성 · 접근성 등에서 기업형 슈퍼마켓(SSM)이나 온라인몰과의 경쟁도 치열해지고있다. 어디서나 살 수 있는 NB상품만 팔아서는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성열기 이마트 브랜드관리팀장은 "소비자들은 점포별 차이가 줄어들자 점점 접근성 위주로 매장을 선택하고 있다"며 "고객이 해당 점포를 찾아올 수밖에 없는 차별화 요소로 '자체 상표' 상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이 NB상품을 모방한 수준에서 탈피,시장 트렌드와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고 NB보다 품질이 우수한 PB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마트는 15일 기존 PL 브랜드를 리뉴얼하고 상품군을 대폭 강화했다. 소비자들에게 품질별 PL 브랜드를 좀 더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베스트셀렉트'-'이마트'-'해피초이스'를 '베스트'(프리미엄급)-'이마트'(NB와 동급)-'세이브'(실속 상품)로 바꾸고 모두 1000여개 상품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 중 '베스트' 상품 수는 종전 60여개에서 120여개로 두 배 늘렸다. 유명 산지에서 나오는 고품질 · 원부재료 사용으로 특화시키고 '자연주의' 유기농 상품군은 친환경 재료와 소재의 꾸준한 도입으로 차별화할 방침이다. 또 웰빙식품 PL인 '스마트이팅'의 상품 수와 종류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2004년 3월부터 NB보다 품질이 우수하지만 가격은 비슷하거나 저렴한 프리미엄급 상품을 선보였다. 현재 300여개의 프리미엄 PB상품을 판매 중이다. 또 지난해 9월에는 PB 생활용품의 품질 강화를 위해 디자이너 김영세씨가 대표로 있는 이노GDN과 업무 제휴를 맺었다. 현재 내놓은 가구,욕실용품,주방용품 등 50여종의 '이노 디자인' 상품을 사무용품,문구,가방,청소기,믹서기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작년 11월 크라운제과와 공동으로 선보인 최고급 웰빙과자 브랜드 '후레쉬 스토리' 품목 수도 현재 10개에서 연말까지 21개로 늘릴 계획이다.

롯데마트도 최근 NB상품보다 품질이 우수하고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제3세대 PB'전략을 발표하고 프리미엄급 상품 수를 현재 160여개에서 내년 말 300개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PB상품 중 성분 · 함량 · 중량 · 핵심 원료비율 등에서 NB에 떨어지는 일부 품목의 품질을 연말까지 NB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웰빙과 친환경,1~2인 가구 증가,저출산 등의 트렌드를 반영한 맞춤형 PB 상품을 내년 말까지 현재의 2배인 2400여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