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춤했던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최근 들어 매월 1조원 이상의 물량이 팔리고 있는 데다 글로벌 증시가 호전된 점을 반영해 해외 지수나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도 많아지고 있다.

14일 동양종금증권 등에 따르면 지난달 ELS 발행 규모는 8월보다 461억원 증가한 1조3933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폭은 다소 둔화됐지만,10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ELS는 팔리는 만큼만 운용하기 때문에 발행 규모가 곧 판매 규모가 된다.

ELS 발행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로 지난해 11월 958억원으로 1000억원을 밑돌았다가 이후 △작년 12월 1761억원 △올해 1월 3674억원 △2월 4236억원 △3월 5876억원 △4월 6647억원 △5월 9387억원 등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6월 들어선 올 들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은 1조1154억원이 팔린 데 이어 이후 줄곧 판매 규모가 불어나며 1조원을 넘고 있다.

ELS가 이처럼 많이 팔리고 있는 데는 증시 상황이 급격히 호전된 것이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올해 초 1000선 안팎에서 최근 1600선까지 치고 올라오는 등 증권시장이 호전됨에 따라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국내 증시뿐 아니라 중국 미국 등 해외 증시도 동반 상승세를 보이자 해외 지수나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도 팔리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달 미국 증시에 상장된 모건스탠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를 발행해 20억원어치를 팔았다. 사모이긴 하지만 이 같은 해외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가 발행된 것은 14개월 만에 처음이다.

투자자들도 좀 더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ELS의 기초자산인 지수와 종목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ELS 투자자들이 대거 손실을 봤으나,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자 이 같은 일이 당분간 재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발행된 ELS 가운데 77%가량이 원금 비보장형 상품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ELS가 만기일 또는 조기상환일의 개별종목 주가에 영향을 주는 데 대해선 아직 시장의 의심이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달 발행된 ELS 가운데 기초자산으로 가장 많이 활용된 것은 코스피200지수로 나타났다. 특히 기초자산이 두 개인 상품 가운데선 코스피200지수와 홍콩H지수가 가장 많아 중국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이중호 연구원은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는 10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며 "증시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라면 기초자산이 삼성전자 등 블루칩이거나 지수형 ELS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조언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