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 연봉 거래소 이사장 국감 직전 사퇴 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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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3일 전격 사퇴했다. 거래소 이사장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이사장에 오른 지 1년 6개월여 만이다. 임기(2011년 3월)를 다 채우지 못하고 낙마한 것이다.
이 이사장은 올해초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방만경영이 대두되며 줄곧 책임론에 시달려왔다. 이 때문에 이 이사장의 이번 사퇴는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국정감사를 이틀 앞둔 시점에서 사퇴를 결정, 앞으로 거래소가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퇴 이유는 '공공기관 해제' 요구
이 이사장은 이날 거래소 기자실을 방문해 "금융위원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거래소가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될 수 있는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사퇴를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진 사퇴 배경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공공기관 해제를 위해 던진 마지막 카드로 해석하고 있다. 거래소 허가주의 도입을 위한 의원입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다 빨리 통과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이 이사장이 강력히 피력한 것이란 설명이다.
거래소 허가주의 도입을 위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부가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던 근거가 없어진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유가 총 수입의 50% 이상이 독점적 사업을 통해 발생했기 때문인데 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복수 거래소제도가 도입돼 공공기관 지정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이 이사장은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한국거래소만 유일하게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처럼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을 조속히 해제해야 후진적인 자본시장통합법이 비로소 선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하지만 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제는 당분간 실현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감사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관계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데다 해당 법안이 의원 입법안이어서 정부의 의지를 꺾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 입법안이 통과되려면 정부의 모순점을 뚜렷하게 밝혀야 하는데 명백한 사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입법안이 설사 통과되더라도 원안보다는 수정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지난 1월 29일 정부의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거쳐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공공기관 지정은 1년마다, 해제는 3개월마다 가능하다.
◆그렇다면 왜 지금 사퇴인가?
이 이사장의 이번 사퇴는 올초부터 어느정도 예견됐다.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을 두고 이 이사장은 애초부터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고, 이에 따른 사퇴 압력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도 "갑자기 사퇴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사퇴 의사를 밝혀야 했는데 조금 늦게 사표를 낸 것일 뿐"이라고 그 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속마음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왜 지금일까. 거래소는 오는 15일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뒤 처음으로 실시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이 이사장이 스스로 사표를 던져 거래소가 받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시키고, 나아가 지속해서 정부에 요구했던 공공기관 지정 해제 요청에 힘을 싣기 위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이번 거래소 국정감사에서는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이 방만경영, 고임금, 과도한 성과급, 공공기관 반대 이유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할 예정이었다.
거래소가 이석현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거래소는 올초 이정환 이사장에게 지난해분 성과급으로 기본급(3억7100만원)의 113%인 4억19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와있다. 반면 지난해 거래소 수수료 수입은 전년대비 60% 수준으로 급감, 방만경영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거래소는 또 올해 기존의 산업은행을 제치고 직원 1인당 최고 연봉을 받는 직장으로 꼽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거래소 직원의 평균연봉은 9700만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평균의 1.8배에 이르고, 이사장(7억9700만원)은 기관장 평균(1억6000만원)의 5배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노조측 이사장 사퇴 계기로 임원들 비판 수위 높여
이 이사장이 사퇴하자 거래소 노조 측은 곧바로 임원들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방만경영의 책임을 지고 임원들이 모두 물러나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홍수 통합노조위원장은 이날 "이 이사장의 이번 사퇴 결정이 공공기관 지정 및 해제를 놓고 정부와 벌이고 있는 소모적 논쟁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 보다는 이 이사장이 조직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린 만큼 공공기관 해제 문제를 현명하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흥열 단일노조위원장도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해 줄 것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는 한편, 임원들이 방만경영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래소 노조는 옛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의 노조가 합친 단일노조와 코스닥위원회 및 선물거래소 노조가 합친 통합노조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새 이사장 후보 선임 절차는?
이 이사장이 임기중 중도하차 결정을 내리자 벌써부터 새 이사장 후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에 따르면 새 이사장은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사장 임원추춴위원회를 세우고, 이사장 공모를 통해 지원자들로부터 지원을 받게 된다.
이후 이사장 임원추천위원회가 면접대상자를 선정하면, 하루 동안 면접을 실시한 뒤 이사장 최종 후보를 결정하게 된다. 거래소가 새 이사장 후보를 금융위원회에 제청하면, 대통령 임명 절차만 남게 된다.
이사장 면접시에는 거래소에 대한 전반적 업무지시와 경영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질문들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이사장 면접시 거래소 지배구조에 대한 이해와 개선능력, 업무 추진력, 시장친화적 경영능력, 국제화 감각 및 글로벌 경영능력 등 4가지를 집중 점검했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거래소 차기 이사장 후보자 찾기에 분주하다. 임영록 전 재정경제부 2차관이 유력한 후보자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거래소 내부인사중에선 관료 출신인 이창호 경영지원본부장, 이철환 시장감시위원장 등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이 이사장은 올해초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방만경영이 대두되며 줄곧 책임론에 시달려왔다. 이 때문에 이 이사장의 이번 사퇴는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국정감사를 이틀 앞둔 시점에서 사퇴를 결정, 앞으로 거래소가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퇴 이유는 '공공기관 해제' 요구
이 이사장은 이날 거래소 기자실을 방문해 "금융위원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거래소가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될 수 있는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사퇴를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진 사퇴 배경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공공기관 해제를 위해 던진 마지막 카드로 해석하고 있다. 거래소 허가주의 도입을 위한 의원입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다 빨리 통과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이 이사장이 강력히 피력한 것이란 설명이다.
거래소 허가주의 도입을 위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부가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던 근거가 없어진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유가 총 수입의 50% 이상이 독점적 사업을 통해 발생했기 때문인데 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복수 거래소제도가 도입돼 공공기관 지정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이 이사장은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한국거래소만 유일하게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처럼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을 조속히 해제해야 후진적인 자본시장통합법이 비로소 선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하지만 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제는 당분간 실현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감사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관계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데다 해당 법안이 의원 입법안이어서 정부의 의지를 꺾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 입법안이 통과되려면 정부의 모순점을 뚜렷하게 밝혀야 하는데 명백한 사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입법안이 설사 통과되더라도 원안보다는 수정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지난 1월 29일 정부의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거쳐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공공기관 지정은 1년마다, 해제는 3개월마다 가능하다.
◆그렇다면 왜 지금 사퇴인가?
이 이사장의 이번 사퇴는 올초부터 어느정도 예견됐다.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을 두고 이 이사장은 애초부터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고, 이에 따른 사퇴 압력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도 "갑자기 사퇴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사퇴 의사를 밝혀야 했는데 조금 늦게 사표를 낸 것일 뿐"이라고 그 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속마음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왜 지금일까. 거래소는 오는 15일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뒤 처음으로 실시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이 이사장이 스스로 사표를 던져 거래소가 받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시키고, 나아가 지속해서 정부에 요구했던 공공기관 지정 해제 요청에 힘을 싣기 위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이번 거래소 국정감사에서는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이 방만경영, 고임금, 과도한 성과급, 공공기관 반대 이유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할 예정이었다.
거래소가 이석현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거래소는 올초 이정환 이사장에게 지난해분 성과급으로 기본급(3억7100만원)의 113%인 4억19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와있다. 반면 지난해 거래소 수수료 수입은 전년대비 60% 수준으로 급감, 방만경영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거래소는 또 올해 기존의 산업은행을 제치고 직원 1인당 최고 연봉을 받는 직장으로 꼽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거래소 직원의 평균연봉은 9700만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평균의 1.8배에 이르고, 이사장(7억9700만원)은 기관장 평균(1억6000만원)의 5배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노조측 이사장 사퇴 계기로 임원들 비판 수위 높여
이 이사장이 사퇴하자 거래소 노조 측은 곧바로 임원들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방만경영의 책임을 지고 임원들이 모두 물러나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홍수 통합노조위원장은 이날 "이 이사장의 이번 사퇴 결정이 공공기관 지정 및 해제를 놓고 정부와 벌이고 있는 소모적 논쟁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 보다는 이 이사장이 조직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린 만큼 공공기관 해제 문제를 현명하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흥열 단일노조위원장도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해 줄 것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는 한편, 임원들이 방만경영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래소 노조는 옛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의 노조가 합친 단일노조와 코스닥위원회 및 선물거래소 노조가 합친 통합노조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새 이사장 후보 선임 절차는?
이 이사장이 임기중 중도하차 결정을 내리자 벌써부터 새 이사장 후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에 따르면 새 이사장은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사장 임원추춴위원회를 세우고, 이사장 공모를 통해 지원자들로부터 지원을 받게 된다.
이후 이사장 임원추천위원회가 면접대상자를 선정하면, 하루 동안 면접을 실시한 뒤 이사장 최종 후보를 결정하게 된다. 거래소가 새 이사장 후보를 금융위원회에 제청하면, 대통령 임명 절차만 남게 된다.
이사장 면접시에는 거래소에 대한 전반적 업무지시와 경영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질문들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이사장 면접시 거래소 지배구조에 대한 이해와 개선능력, 업무 추진력, 시장친화적 경영능력, 국제화 감각 및 글로벌 경영능력 등 4가지를 집중 점검했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거래소 차기 이사장 후보자 찾기에 분주하다. 임영록 전 재정경제부 2차관이 유력한 후보자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거래소 내부인사중에선 관료 출신인 이창호 경영지원본부장, 이철환 시장감시위원장 등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