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창업한 정보보안 소프트웨어(SW) 기업 중 아직까지 창업자가 회사를 지키고 있다면 이 바닥에서는 별종이 아니라 '독종'으로 불린다. 10년이 아니라 1년,아니 6개월이면 강산이 변하는 업계 사정 때문이다. 그나마 안철수 KAIST 석좌교수의 이름을 딴 회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안 교수도 이제 '보안업계 사람'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김대환 소만사(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들) 사장(38 · 사진)은 수많은 기업들이 인수 · 합병(M&A) · 우회상장 등으로 명멸(明滅)한 가운데 12년째 우직하게 회사를 지키고 있는 '보안 1세대'다.

"돈이 안 되는 보안사업을 왜 그렇게 오랫동안 잡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나같이 무식한 사람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고 답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와 동대학 석사를 마친 그는 20대 후반에 회사를 창업했다. 전도유망한 대기업을 권하는 가족과 지인들을 뿌리치고 창업을 택하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대기업 출신 아버지의 반대가 컸다. 그러나 김 사장은 재학시절부터 정보보안 기술개발에 몰두하면서 '보안서비스가 향후 IT기술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했다. 월급쟁이가 아니라 스스로 한 분야의 롤(role:역할) 모델을 만들고 싶은 욕심도 컸다. 그러나 정보보안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김 사장의 전망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소위 잘나가는 보안 기업들은 장기적인 성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동종업계 회사들은 하나둘 사라졌다.

"상장을 하고 싶어도 이런 선례들 때문에 하고 싶지가 않아요. 머니게임에 휘둘리기보다는 차라리 내실을 기하자는 생각에 다른 곳에 눈을 안 돌린 게 여기까지 회사를 끌고 온 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소만사의 주력 분야는 내부 기술정보 유출,개인정보 유출 등이다. 회사 직원은 60여명,매출은 매년 꾸준히 상승해 작년 65억원,올해 8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흑자폭은 크지 않지만 적자를 본 적은 없고 영업이익률도 업계에서는 상위 수준인 10%대다. 오라클 싸이베이스 MySQL 등 회사마다 제각각인 데이터베이스(DB) 통합 보안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공한 덕분에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최초 인증도 받았다.

고객사는 청와대 외교통상부 등 정부 핵심 부처와 삼성 LG SK 현대차 등 대기업,우리은행 신한금융지주 등 금융사 등 600여개에 달한다. 2007년 기술력을 인정받아 당시 정보통신부가 최초로 도입한 SW 분리발주 기업 4곳 중 하나에 꼽혔으며,작년에는 김 사장이 직접 서울중앙지검 등 정보유출 수사기관으로부터 초빙받아 강의를 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회사의 이런 성과를 고집센 자신을 따라와 준 직원들에게 돌린다. 직원들에 대한 인심은 그만큼 후하다. 재작년과 작년 모든 직원에게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보내줬다. "언제까지 보안업계에 있을 거냐"는 질문에 "고생을 함께할 직원들이 있는 한 언제까지나"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