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Land & Housing)가 닻을 올린 지 보름 정도 지났다. 국민들은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통합해 탄생한 LH에 기대와 함께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도 손대지 못했던 공기업 수술에 국민의 기대를 등에 업고 마침내 개혁의 메스를 들이댔으나 어설프게 봉합만 하고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LH 출범이 자발적인 통합의 결과가 아니어서 더 그렇다. LH는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따라 태어난 공기업이다. 통합논의가 처음 나온 뒤 15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된 것만 봐도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7일 열린 LH 출범식에 참석,축사 첫머리에서 "오늘은 의미 있는 날이다. 15년간 늘 생각했던 것이 이뤄졌다"고 말했을 정도다.

LH는 거대 공기업이다. 자산이 무려 105조2951억원에 달하고 임직원만 7300여명이 넘는다. 자산 규모만으로 따지면 삼성그룹(175조원)과 한국전력(117조원)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과체중'이라는 평가를 받은 몸이지만 일단 출발은 가볍다. LH호의 초대 선장으로 임명된 이지송 사장의 노련한 항해술 때문이다.

그가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혼자서 4곳의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현장을 방문한 소식이 임직원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지도록 하면서 굼뜬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 극적인 효과를 거둔 것도 경험에서 나왔다.

이 사장은 LH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가 끝나는 오는 20일 이후부터 연말까지 전국 630여개 현장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하며 자신의 개혁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본사에서 하던 2급(팀장) 인사도 지역 및 사업본부장에게 위임하기로 했다. 본부장 중심의 현장경영,책임경영을 위해서다. 그야말로 인사혁신이다. 토공과 주공에서는 감히 시도도 못했던 일이다.

LH의 업무도 크게 조정된다. LH는 현재 추진 중인 사업 중 불요불급하고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은 연기하고 한계사업은 정리하기로 했다. 대신 저렴한 택지 공급과 보금자리주택 건설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하지만 LH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차원이 이보다 높다는 걸 LH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 토공과 주공을 단순히 합쳐 '1+1=2'라는 계산법이 나온다면 사실상 통합은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2가 아닌 3,4 또는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 LH가 땅을 조성하고(토공),저렴한 집을 짓는다(주공)는 개념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 민간전문가가 "토공과 주공의 합병얘기가 나올 때마다 일본의 주택성과 같은 '주택청' 신설이 거론된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는 걸 귀담아 들어야 한다. 당장 LH의 눈 앞에는 화학적 통합과 부채 줄이기,본사의 지방 혁신도시 이전 등 난제가 쌓여 있다. 그렇더라도 LH는 더 높이,더 멀리봐야 한다. 앞의 단기적 과제들은 시간이 가면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주택정책의 최종 목표는 국민의 주거안정이 돼야 한다. " 이 대통령의 축사 속에 LH가 가야 할 길이 엿보인다.

김문권 건설부동산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