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그룹이 국내 완성차 업계에선 처음으로 로봇산업에 진출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일단 미래형 자동차의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로봇산업에 진출한다고 했지만 크게는 자동차와 로봇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우선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자동차 회사들의 로봇산업 진출은 해외에서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다. 특히 혼다는 2000년에 시속 6㎞의 보행속도를 낼 수 있는 '아시모'라는 인체형 로봇을 내놓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로봇의 상업화라든지 시장성에 의문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로봇기술이 타 분야에서 응용되고, 또 융합(融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가능성을 좁게만 볼 일은 결코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도 말하듯 자동차는 전자화, 첨단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로봇기술과의 관련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마디로 자동차, 전자, 로봇, 또는 자동차, 전자, 화학 등 기존 산업간의 경계는 급속히 붕괴될 조짐이다. 그 근저(根底)를 파고 들어가 보면 특정 기술혁신이 한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고 수직적, 수평적으로 확산되고 응용이 일어나는 거대한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주력산업과 신산업을 나누는 것 자체가 무색해지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가 지금 새로운 자동차 경쟁을 벌이면서 신기술의 경연장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런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결코 글로벌 승자가 될 수 없을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점에서 대기업들의 신산업 진출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삼성이 신재생에너지와 바이오시밀러 등에 진출한 것이 그렇고, 현대자동차의 로봇산업 진출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없이 이런 도전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정부의 연구개발정책이나 기업정책도 그것을 장려하는 쪽으로 가야 함은 물론이다. 그것이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