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노조 전임자 문제' 상생이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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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전임자 문제에 대한 정부의 원칙적 해결방침이 보다 분명해지면서 노동계가 긴장하고 기업도 분주해졌다. 노동부 장관이 지난 13년간의 제자리 뛰기를 반복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13년을 미뤄왔던 관성으로 보거나 한국노총과의 협력관계를 감안할 때 정부로서도 결코 쉽지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다른 모든 부문이 빠르게 세계 일류수준으로 탈바꿈해 가는데 노사관계만 제3세계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한국 노사관계에 대한 국제기관의 평가나 국내 노사단체의 평가는 수년째 세계 최하 수준을 맴돌아 왔다. 제대로 된 노사개혁이 지체돼 왔기 때문이다. 차제에 복수노조 전임자 문제만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인 자세로 노사개혁을 추진했으면 좋겠다. 밀린 숙제를 해치운다는 소극적인 자세가 아니라 이번 기회에 불합리한 노사관계를 세계에 자랑할 만한 명품 노사관계로 격상시키겠다는 능동적인 정책의지가 필요한 제도적 전환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자세는 노사단체에도 요구된다. 노사도 합리적이고 글로벌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새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주도적인 파트너로 나서야 한다. 그동안 기업단위 복수노조 금지조항에 의존해 노사관계를 관리하려 했다는 것도,세계적으로 정평이 난 전투적인 노동조합이 간부의 임금을 회사에서 받는다는 것도 문제가 있었다. 이는 그동안 정부가 규칙 제정자(rule-setter)로서의 자기중심을 잃고 노사의 요구에 휘둘려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복수노조,전임자 문제를 풀어 갈 때도 노 · 사 · 정 모두 개별 사안에 따른 손익에만 얽매일 것이 아니라 명품 노사관계를 만들겠다는 목표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법 시행을 불과 3개월 남겨 놓고도 정부가 공론화조차 제대로 시도하지 않고 구체적인 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잘못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현행법대로 일단 가보고 현장상황을 봐가며 보완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것이 노사단체와의 협상전략인지는 모르겠으나,정부가 취할 수 있는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다. 정부는 하루빨리 제도개선의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고 법 시행 이후의 노사관계 등에 대한 종합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전임자 제도만 하더라도 이 문제의 해결없이 노사관계가 선진화할 수 없다는 주장에 동의하지만,이는 30년이 넘는 관행으로 정착됐고 88%의 노동조합이 300인 미만의 영세 조직으로 전임자 임금을 부담하며 자립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기업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된다면 중소기업이 견딜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도 있다. 복수노조,전임자제도 개선의 법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로 인한 노사관계의 지형변화를 예측하고 관리할 정교한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한국노총을 포함해 노동계도 전임자는 노동조합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주장만으로는 설득력이 약하다.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받아들이되 노동조합의 기반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대안을 갖고 정부와 재계 그리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영세 노동조합의 대형화를 지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무엇인지,전임자 임금 전체는 어렵지만 50%만이라도 노동조합 스스로 책임지는 방법은 안 되는지,노동조합이 정부의 훈련사업을 위탁 받아 운영하면서 재정적 자립을 꾀할 수 있는 길은 없는지 등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사회적 타협을 요구해야 한다.
건강한 노동조합 리더십과 상생의 노사관계는 선진 일류국가의 필수적 요소라는 확고한 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노사관계가 정착되면 한국은 경제적으로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민주적인 가치와 제도들을 정착시킨 국가라는 브랜드를 자랑할 수 있다.
최영기 < 경기개발硏 수석연구위원 >
한국 노사관계에 대한 국제기관의 평가나 국내 노사단체의 평가는 수년째 세계 최하 수준을 맴돌아 왔다. 제대로 된 노사개혁이 지체돼 왔기 때문이다. 차제에 복수노조 전임자 문제만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인 자세로 노사개혁을 추진했으면 좋겠다. 밀린 숙제를 해치운다는 소극적인 자세가 아니라 이번 기회에 불합리한 노사관계를 세계에 자랑할 만한 명품 노사관계로 격상시키겠다는 능동적인 정책의지가 필요한 제도적 전환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자세는 노사단체에도 요구된다. 노사도 합리적이고 글로벌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새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주도적인 파트너로 나서야 한다. 그동안 기업단위 복수노조 금지조항에 의존해 노사관계를 관리하려 했다는 것도,세계적으로 정평이 난 전투적인 노동조합이 간부의 임금을 회사에서 받는다는 것도 문제가 있었다. 이는 그동안 정부가 규칙 제정자(rule-setter)로서의 자기중심을 잃고 노사의 요구에 휘둘려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복수노조,전임자 문제를 풀어 갈 때도 노 · 사 · 정 모두 개별 사안에 따른 손익에만 얽매일 것이 아니라 명품 노사관계를 만들겠다는 목표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법 시행을 불과 3개월 남겨 놓고도 정부가 공론화조차 제대로 시도하지 않고 구체적인 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잘못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현행법대로 일단 가보고 현장상황을 봐가며 보완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것이 노사단체와의 협상전략인지는 모르겠으나,정부가 취할 수 있는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다. 정부는 하루빨리 제도개선의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고 법 시행 이후의 노사관계 등에 대한 종합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전임자 제도만 하더라도 이 문제의 해결없이 노사관계가 선진화할 수 없다는 주장에 동의하지만,이는 30년이 넘는 관행으로 정착됐고 88%의 노동조합이 300인 미만의 영세 조직으로 전임자 임금을 부담하며 자립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기업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된다면 중소기업이 견딜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도 있다. 복수노조,전임자제도 개선의 법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로 인한 노사관계의 지형변화를 예측하고 관리할 정교한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한국노총을 포함해 노동계도 전임자는 노동조합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주장만으로는 설득력이 약하다.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받아들이되 노동조합의 기반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대안을 갖고 정부와 재계 그리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영세 노동조합의 대형화를 지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무엇인지,전임자 임금 전체는 어렵지만 50%만이라도 노동조합 스스로 책임지는 방법은 안 되는지,노동조합이 정부의 훈련사업을 위탁 받아 운영하면서 재정적 자립을 꾀할 수 있는 길은 없는지 등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사회적 타협을 요구해야 한다.
건강한 노동조합 리더십과 상생의 노사관계는 선진 일류국가의 필수적 요소라는 확고한 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노사관계가 정착되면 한국은 경제적으로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민주적인 가치와 제도들을 정착시킨 국가라는 브랜드를 자랑할 수 있다.
최영기 < 경기개발硏 수석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