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설비투자비 중 일정액을 세금에서 깎아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폐지키로 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국회의 반발로 벽에 부딪쳤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13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임투세액공제 폐지 방침에 대해 여야 막론하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제출한 임투세액공제 폐지안은 어떤 형태로든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은 "기업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임투세액공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투자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세수확보 차원이라면 공제율(현행 3~10%)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공제대상을 일부 조정하는 방식으로 충격을 완화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차라리 투자유인 효과가 낮은 법인세 인하를 유예하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강봉균 민주당 의원도 "현 정부가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만들자고 주창하면서 기업이 투자할 때 세액공제해주는 것을 폐지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투자를 안 해도 세제혜택받는 법인세는 내리면서 투자유인 효과가 큰 임투세액공제를 폐지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정부를 질타했다.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은 '세제개편안에 따른 산업별 영향'을 분석한 자료를 통해 법인세가 인하되더라도 임투세액공제가 폐지되면 투자가 많은 제조업이 가장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철강 자동차 기계 반도체 화학 등 5대 업종은 법인세 인하에 따른 세부담 감소가 4293억원인데 임투세 폐지로 7901억원의 세부담이 늘면서 전체적으로 3584억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이에 대해 "임투세액공제는 20년 이상 운영되면서 임시가 아니라 상시 기업 보조금이 되는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투자 공제를 없애는 게 아니라 기능별로 전환해 신성장동력이나 원천기술 등에 대해서는 세액공제를 더 많이 해 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다만 "국회에서 대안을 활발하게 제시해준 것에 대해 좀 더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바람직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임투세공제를 예정대로 폐지하더라도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공제는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중소기업의 경우 연간 세액공제받는 금액 중 67.8%가 임투공제로 인한 것"이라며 "불경기에 이마저 끊는다면 중소기업 경영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나성린 의원은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자감세'에 대해선 여야 간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해 세제개편을 통한 감세효과가 일부 부유층에만 집중되는 '부자감세'라며 내년에 예정된 법인 · 소득세 2단계 인하 방침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부자감세' 주장은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감세논란에 대해 윤 장관은 "감세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는 정부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감세를 통한 투자 창출의 선순환 과정을 통해 세수가 늘어나면 재정 건전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태/이태명/박신영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