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한국 증시만 유독 힘을 못 쓰고 있다. 한국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증시가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고 이웃나라 중국과 홍콩 증시도 강세지만 한국 증시만 부진한 모습이다.

1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미국 다우지수가 0.21%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0.66% 하락한 1628.93에 마감했다. 반면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0.60%)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44%) 홍콩H지수(1.07%) 등은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미국 증시가 상승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회복돼 다음날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상승하는 패턴에서 한국만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증시 일각에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증시만 '왕따' 신세"라는 푸념도 나온다.

이런 현상은 이달 들어 자주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10월 중 상승률을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2.64% 하락한 반면 미국(1.79%) 중국(5.64%) 홍콩H(5.47%) 등은 모두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일본의 경우 0.56% 하락했지만 지난 6일 이후 닷새 연속 상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의 나홀로 약세 배경으로 '체력 소진'을 꼽는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단순한 것 같지만 코스피지수가 그동안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수급과 밸류에이션(주가 수준) 등의 이유로 조정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그동안 뒤처져 있던 미국 일본 등은 뒤늦게 질주하기 시작했고 한국보다 먼저 상승 랠리를 펼치던 중국은 8~9월 두 달을 쉬면서 체력을 회복해 다시 뛰기 시작했다고 오 팀장은 설명했다.

기업의 실적 회복 모멘텀이 한국의 경우 3분기를 정점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주 요인으로 지적됐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기업의 이익 회복은 한국보다 한 분기 늦게 이뤄지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가 더 크지만 한국은 실적이 정점을 그리고 하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더 부각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 · 달러 환율이 1160원대까지 떨어진 것이 한국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환율이 1150원 선에 가까워지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 강도가 약해졌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