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차이나 리스크' 주의보가 발령됐다. 철강주와 게임주가 주요 타깃이다. 중국 1위 철강회사인 바오산강철의 가격 인하로 국내 철강가격 하락 압력이 커져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주가 함께 주저앉았다. 중국이 외국 자본의 인터넷 게임 서비스 규제 방침을 내놓자 엔씨소프트 네오위즈게임즈 등 게임주들도 급락세를 보였다.

매수 주체 공백과 상승 동력 부재로 증시 체력이 소진된 가운데 해외발 악재가 투자심리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13일 삼성전자 현대차 등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대표주들이 일제히 상승했지만 철강업종지수가 1.20% 빠지며 코스피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게임주가 속한 코스닥시장의 디지털콘텐츠지수도 2.95% 떨어져 코스닥지수가 나흘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포스코,골드만삭스 '강력 매수'에 선방

바오산강철의 가격 인하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요 철강주들은 장이 열리자마자 3%가량 급락세를 보였다. 이후 낙폭을 더욱 키워 현대하이스코가 5.33% 빠졌고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각각 4.49%와 3.26% 하락했다.

이날 골드만삭스가 "아시아 지역의 철강 수요가 내년부터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해 수혜가 기대된다"며 '강력 매수' 의견을 낸 포스코만 골드만삭스 씨티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 창구로 매수 주문이 몰린 덕분에 0.20% 내리는 데 그쳤다.

바오산강철이 다음 달 핫코일 중국 내수가격을 t당 400~500위안 인하한다고 발표한 게 철강주 약세의 배경이다. 이 조치가 국내 철강가격 인하 압력으로 이어져 철강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문정업 대신증권 기업분석부장은 "전 세계 철강제품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가격 동향은 철강주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중국 시장의 철강제품 가격 약세가 예상보다 길어지면 국내 철강가격 인하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부장은 "다만 중국 시장의 가격 하락이 수요 감소보다는 재고 증가에 기인한 측면이 커 보여 감산을 통한 재고 조정이 빨리 이뤄지면 11월 이후엔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레디리요네증권에 따르면 매주 전 세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글로벌 철강가격 전망 조사에서 지난 9일 철강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는 답변이 1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개월 동안 이 수치가 50~70%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철강가격에 대한 전망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조사 결과를 철강주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요인으로 꼽았다.

◆게임 규제 불확실성이 부담

중국의 게임 규제 방침이 알려지자 주요 게임주도 일제히 급락했다. 엔씨소프트와 네오위즈게임즈는 하한가 가까이 떨어졌다가 각각 7.28%,7.86% 하락한 상태로 장을 마쳤다. 엠게임이 8.43% 급락했고 NHN 웹젠 액토즈소프트 등도 3~5%대의 하락률을 보였다.

최경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규제의 대상은 △외국 자본과의 합작공사 △외국 자본과의 계약 △외국 자본으로부터의 기술 지원 등인데,합작공사 부분은 국내 업체들이 중국 게임유통업체를 통해서 제품을 유통하고 로열티만 받는 구조여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그러나 나머지는 범위가 명확지 않아 불확실성이 큰 게 문제"라며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게임주 주가에 악영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규제는 중국에서 큰 돈을 벌고 있는 미국 블리자드사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 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장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한국 게임 유통을 금지하면 샨다 텐센트 등 중국 유통기업들도 타격을 받을 것이고 이에 따라 중국 내 불만이 커질 것"이라며 "규제 리스크는 부담이지만 국내 기업들을 겨냥한 규제가 아닌 만큼 주가는 조만간 회복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경영/강현우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