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강남의 오피스가를 걷다보면 대형 빌딩에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간판과 마주치게 된다. '골프존''알바트로스' 등의 이름을 내건 스크린골프방이다. 골프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골프 게임'을 즐기는 인구까지 더해지면서 스크린골프방 시장은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스크린(시뮬레이션)골프방은 창업시장에서도 빅 히트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올 들어만도 2000여개가 늘어나 전국적으로 5000개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1~2년 안에 1만개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스크린골프방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추세여서 창업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만개 돌파 가능할까

2005년 처음 등장한 '스크린골프방'은 내기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과 맞아떨어지면서 PC방,DVD방,노래방을 잇는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직장인은 물론 친구,가족 단위 이용자들이 늘어 매장수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고급화,대형화되면서 음식점과 와인바,주점을 끌어안고 찜질방 및 노래방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업계와 창업자의 관심은 새로운 여가문화 공간으로 뿌리내린 스크린골프방이 1만개를 돌파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현재로선 1만개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영찬 골프존 사장은 "골프분야에 새로 유입되는 고객층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1만개까지 충분히 갈 것"으로 자신했다. 반면 스크린골프방은 '게임'으로 즐기고 있는 고객이 많기 때문에 지속적인 시장 확대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골프전문 창업컨설팅 업체인 나샷골프의 배필효 대표는 "진짜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선 스크린골프를 떠나는 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당분간 성장세가 이어지겠지만 1만개까지 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프존 독주 이어질까

스크린골프방 시설 공급업체는 20여개사에 달하지만 골프존,알바트로스,훼밀리골프 등 상위 3~4개 업체가 시장을 과점하는 체제다. 스크린골프 시설 공급시장은 올해 2600억원 규모로 세계 최대이며,연간 매출(이용료)은 4000억원에 달한다.

공급시장에선 2007년부터 선두에 올라선 골프존의 독주가 이어질지 관심거리다. 스크린골프를 개발해 국내에 첫선을 보인 알바트로스가 마케팅에 주춤한 틈을 타,골프존은 공격적인 영업으로 1위에 오른 뒤 시장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골프존의 점유율은 지난해 60% 선에서 올해 70%까지 높아졌다. 기술력을 앞세운 알바트로스는 올 하반기에 차세대 스크린골프 제품을 내놓고 정상 탈환에 나섰다. 박선의 알바트로스 대표는 "어두컴컴한 실내를 벗어나 대형 야외 골프연습장에서 실제로 샷 연습을 하면서 스크린골프를 즐길 수 있는 '야외형' 신제품을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퓨전형으로 창업해야

스크린골프방 시장에 아직 창업 기회가 많지만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이용객 증가속도보다 스크린골프방이 더 빠르게 늘면서 업소간 경쟁이 치열해져 초창기에 비해 수익성이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스크린골프장(서울 일반상권 5대 기준)을 운영하려면 3억원 정도 필요하지만 월평균 순이익은 지난해 2000만원대에서 올해는 1000만원대로 떨어졌다.

대형 건물 밀집지이면서 유흥가가 형성돼 있고,인근에 아파트단지까지 갖춘 곳이 입지 여건으로는 최적이다. 상권이 좋은 매장의 경우 방을 여러 개 두어 고객들이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스크린골프방의 경쟁력은 기기인 만큼 좋은 설비업체를 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창업 전문가들은 신규 창업보다 기존 실내 · 외 골프연습장에다 스크린골프를 설치하는 전환 창업이나 카페를 겸하는 퓨전형 스크린골프방을 권하고 있다. 배필효 나샷골프 대표는 "게임방만으로는 고객 창출에 한계가 있는 만큼 실제로 골프연습을 할 수 있는 연습장을 확충하고,수익원을 다변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

◆도움말=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