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6번째 국감인데 이렇게 재미없는 국감은 처음이다. 이슈가 없으니 국민에게 소외당하기 일쑤고 피감기관들의 국회 무시는 도를 넘었다. 이런 수박 겉 핥기 식의 형식적인 국감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가 든다. "(한 재선의원)

2009년 국정감사에서도 증인채택을 둘러싼 파행과 한건주의,피감기관의 불성실한 답변태도 등 구태가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다. '이슈 · 국감스타 · 자료'가 없는 '3무(無) 국감'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그 중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최악이다. 민주당이 정운찬 총리의 증인채택을 요구하면서 시작된 교과위의 파행은 7일부터 12일까지 계속됐다. 교육과학기술부,서울시교육청 등 주요 교육기관에 대한 국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제까지 7일 중 제대로 진행된 건 하루 반나절에 불과하다.

이 와중에 여야 의원 간의 감정이 격해지면서 "24시간 하고 싶은 말 다해라""어차피 다 엉망인데""국민은 정 총리를 XXX라고 본다" 등의 고성과 비아냥이 이어지면서 피감기관 관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부 피감기관장들의 국회 무시 언행도 도를 넘고 있다. 일부 기관장은 "장관,정신 차리세요"라고 하자 "정신 멀쩡합니다"라고 받아쳤다. '이번만 넘기면 된다'는 인식이 정부부처 내에 팽배해지면서 자료 제출 거부 · 지연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김재윤 민주당 의원은 국립환경과학원이 4대강 관련 자료제출을 6개월 가까이 미뤄오다 국감 당일 A4용지 16상자에 이르는 '물량 공세'에 나서는 바람에 자료 검토가 불가능해지자 자료를 국감장에 쌓아놓고 시위를 펼치는 웃지 못할 장면도 연출됐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정치권에서는 실질적인 국감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상시국감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상시국감제란 이슈가 있을 경우 임시회 기간 중 연간 25일 범위에서 횟수에 제한 없이 국감을 여는 것을 말한다. 물론 좋은 방안이다. 그렇지만 상시국감을 거론하기 전에 주어진 국감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우선이다. 지금 같은 자세로 상시국감을 했다간 국정이 마비될지도 모를 일이다.

구동회 정치부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