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약골 학생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미국 유타주 조던지역의 빙엄고등학교에는 고급 헬스클럽 뺨치는 피트니스 센터가 있다. 러닝머신 사이클 덤벨 등 각종 운동기구와 함께 학생들의 체력을 측정할 수 있는 첨단 시스템까지 갖췄다. 학생 몸에 측정기를 달아 심장박동수 등을 재서 전송하면 그 정보가 중앙 컴퓨터로 전달된다. 학생들의 기록은 지역 교육청에서 취합해 개인 맞춤 지도에 활용하거나 학교별 체력증진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쓴다.
이곳뿐 아니다. 대부분의 미국 학교는 공부 못지 않게 체육교육에 열성적이다. 수업이 끝난 후 일정 시간 학교 스포츠클럽에서 운동을 하는 게 관행이다. 야구 농구 테니스 미식축구는 기본이고 학교에 따라 요트 카누 조정도 즐길 수 있다. 학생들은 학교 대표팀에 들기 위해 기를 쓴다. 대표팀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자랑거리인데다 입시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도 체육은 주요 과목으로 인정받고 있다. 프랑스 중학교에서 주당 4시간씩 배정된 과목은 체육 프랑스어 수학뿐이다. 영어는 주 3시간만 가르친다. 게다가 학교체육은 사회체육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자치단체는 학생들의 방과 후 체육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체육이 천덕꾸러기다. 운동이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더구나 2002년부터 중3 체육은 주당 3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었고,고2에겐 선택과목이 됐다. 고2 학생의 30%는 학교에서 아예 체육을 하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실정이니 학생들의 체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2000~2008년 학생신체능력검사 자료'에 따르면 작년 초 · 중 · 고 학생들의 1~2급 비율은 33%로 2000년 41%보다 8%포인트 줄어든 반면 최하등급인 4~5급 비율은 42%로 무려 11%포인트나 늘어났다. 특히 작년 고3 남녀 학생의 1~2급 비율은 28,26%에 불과했고 4~5급은 49,52%에 달했다. 학생들이 공부 스트레스에 찌들어 약골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교과부가 방과후 학교 스포츠클럽 육성,스포츠 강사 지원,잔디운동장 조성사업 등에 나선다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체육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로'인 상태에선 어떤 해법도 찾기 어렵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몸은 인간 영혼의 최고 형태'라 했다. 인생의 긴 승부에서 부실한 체력으로는 승산이 없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이곳뿐 아니다. 대부분의 미국 학교는 공부 못지 않게 체육교육에 열성적이다. 수업이 끝난 후 일정 시간 학교 스포츠클럽에서 운동을 하는 게 관행이다. 야구 농구 테니스 미식축구는 기본이고 학교에 따라 요트 카누 조정도 즐길 수 있다. 학생들은 학교 대표팀에 들기 위해 기를 쓴다. 대표팀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자랑거리인데다 입시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도 체육은 주요 과목으로 인정받고 있다. 프랑스 중학교에서 주당 4시간씩 배정된 과목은 체육 프랑스어 수학뿐이다. 영어는 주 3시간만 가르친다. 게다가 학교체육은 사회체육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자치단체는 학생들의 방과 후 체육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체육이 천덕꾸러기다. 운동이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더구나 2002년부터 중3 체육은 주당 3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었고,고2에겐 선택과목이 됐다. 고2 학생의 30%는 학교에서 아예 체육을 하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실정이니 학생들의 체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2000~2008년 학생신체능력검사 자료'에 따르면 작년 초 · 중 · 고 학생들의 1~2급 비율은 33%로 2000년 41%보다 8%포인트 줄어든 반면 최하등급인 4~5급 비율은 42%로 무려 11%포인트나 늘어났다. 특히 작년 고3 남녀 학생의 1~2급 비율은 28,26%에 불과했고 4~5급은 49,52%에 달했다. 학생들이 공부 스트레스에 찌들어 약골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교과부가 방과후 학교 스포츠클럽 육성,스포츠 강사 지원,잔디운동장 조성사업 등에 나선다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체육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로'인 상태에선 어떤 해법도 찾기 어렵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몸은 인간 영혼의 최고 형태'라 했다. 인생의 긴 승부에서 부실한 체력으로는 승산이 없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