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유상증자를 당분간 중단키로 했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지주는 최근 유상증자설이 흘러나온 뒤 주가가 급락하자 유상증자를 잠정 보류키로 결정했다. 하나지주 관계자는 "증자 규모나 일정 등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증자를 타진해 왔다"며 "당분간 시장과 주주의 신뢰를 회복한 뒤 내년 3월 결산 이후에 재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지주는 지난 5일 공시를 통해 "주주 가치의 훼손이 없는 범위 내에서 자본계획의 일환으로 유상증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증자 규모는 1조~2조원 수준이 거론돼 왔다. 시장에선 우리금융 민영화와 외환은행 매각 등을 앞두고 인수합병(M&A)에 대비한 자금 마련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증자를 검토 중'이라는 공시가 나간 5일 하룻동안 하나금융주가는 14.41% 폭락해 3만50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주가는 14일에도 3만6050원으로 마감해 공시 하루 전 주가(4만950원)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새 기관투자가들은 167만주(0.78%)를 순매도했다. 뚜렷한 M&A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한 증자를 할 경우 주주가치가 훼손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란 분석이다. 김승유 회장 등 하나금융 경영진은 이 같은 시장 반응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지난 13일 "(하나금융지주가) 유상증자를 하기 위해서는 증자로 마련한 자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 용처를 먼저 정해야 하는데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이사회에서도 다루지 않은 사항"이라고 말했다.

김현석/유승호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