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갤러리] 송찬호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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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의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 연신 등을 부벼대는
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나는 처마 끝 달의 찬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내어줄 게
아무것도 없구나
여기 이 희고 둥근 것이나 핥아보렴
-송찬호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전문
어느날 도심을 어슬렁거리는 도둑 고양이를 노숙자로 착각한 적이 있다. 이곳 저곳 먹을 것을 찾아 다니는 거나,정해진 동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점이 만들어낸 환상이었다. 사람들의 시선과 마주치는 걸 싫어하는 것도 비슷하지 않은가.
궁기를 감췄지만 마음의 비린내까지 숨길 수는 없다고, 그래서 희고 둥근 접시를 핥으면서 닦아내라는 시인. 접시를 핥아야 하는 게 고양이뿐일까.
남궁 덕 문화부장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