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5주년 '韓流 이젠 경제다'] (1) 우즈베크 "나보이, 마산·인천경제특구처럼 만들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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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亞 첫 경제특구 나보이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베크)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만에 도착한 나보이 시(市)에서 다시 자동차로 30분쯤 달리자 포크레인,덤프트럭 등이 분주히 오가는 공사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즈베크 정부가 지난 2월부터 개발하고 있는 나보이경제특구(FIEZ · Free Industrial Economic Zone)다. 여의도 면적의 3분의 2 크기인 564㏊ 부지에 건설 중인 이 특구는 중앙아시아 국가 최초의 경제자유구역.2012년까지 150개 외국 기업을 입주시켜 경제발전의 디딤돌로 삼는다는 게 우즈베크 정부의 계획이다. 로만손시계 등 한국 기업 10여곳을 비롯해 싱가포르,중국 등의 20개 기업이 입주 예약을 마친 상태다. 나임 니야조프 FIEZ관리담당 디렉터는 "마산수출자유지역 등 한국식 경제특구가 바로 나보이의 벤치마킹 모델"이라고 말했다.
◆나보이 모델은 한국식 압축성장
우즈베크 정부가 나보이경제특구 개발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의해서다. 우즈베크 정부는 구(舊) 소비에트연방에서 독립한 이후 '경제주권' 확보를 위해 제조업 기반을 확충하는 계획을 추진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중앙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시장규모(인구 2700만명),풍부한 자원(금 매장량 세계 5위,가스 · 우라늄 매장량 세계 10위)을 갖추고도 경제력은 주변국에 크게 뒤처졌다.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100달러.경쟁국인 카자흐스탄(1인당 GDP 8500달러)의 8분의 1 수준이다.
자원을 단기간에 집중 투입해 압축성장을 이루는 노하우가 절실했다. 우즈베크 정부는 그 해법을 한국에서 찾았다. 자수르 타지예프 대외경제부 국장은 "경제특구를 통해 짧은 시간에 집약 성장을 이룬 한국의 경험은 좋은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지난 3월 루스탐 아지모프 제1부총리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특구 개발 경험 전수를 공식 요청했다. 나보이경제특구의 투자유치 전략 및 운영시스템,법률제정 등의 자문을 해달라는 것.한국개발연구원(KDI)이 맡은 컨설팅 결과는 12월에 나올 예정이다.
뿐만 아니다. 지난 8월에는 샤브캇 툴리아가노프 대외경제부 차관 등 20여명의 관료들이 마산경제자유구역과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둘러보기 위해 방한했다. 이들은 산업단지공단에 특구 관리시스템,입주기업 지원제도 등의 컨설팅도 요청했다. 한국의 경제개발 DNA가 수출되는 셈이다.
◆공항 운영도 한국 기업에 맡겨
한류 바람은 나보이공항에도 불고 있다. 경제특구 건설현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나보이공항.이곳의 책임자는 대한항공 상무 출신의 노명철 공항장이다. 우즈베크 정부는 지난해 5월 나보이공항 현대화 프로젝트를 대한항공에 맡겼다. 항구가 없는 나보이를 경제특구로 개발하기 위해선 선진 항공물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게 우즈베크 정부의 생각이었다. 카리모프 대통령이 직접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나보이공항을 중앙아시아 최대 허브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월에는 공항 운영 전권을 대한항공에 일임했다. 노 공항장 등 6명의 대한항공 직원에게 2013년까지 5년간 공항 운영권을 통째로 넘겨준 것이다.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나보이공항은 하루에 고작 3편의 여객기만 운항할 뿐 화물운송 실적은 전무했다. 강규원 대한항공 우즈베크 지역본부장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달라는 것인데 처음엔 참 고민스러웠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대한항공은 3개월간 타당성을 조사했다. 결론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대한항공은 지난해 8월부터 유럽으로 직행하던 화물기를 우즈베크를 경유하도록 했다. 대형 화물기(에어버스)를 투입해 나보이와 인도 뭄바이,태국 방콕 간 화물 운송도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나보이공항 수입은 작년 60만달러에서 올해 600만달러로 10배 늘었고,화물운송량은 '제로(0)'에서 3300t으로 늘었다. 이 같은 성과를 높이 산 카리모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이명박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조 회장이 위대한 일을 수행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중앙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야
정부는 이 대통령의 우즈베크 방문 이후 나보이경제특구 등에 대한 경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1996년부터 올해 4월까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1억1700만달러를 지원한 데 이어 2011년까지 1억2000만달러를 추가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자원부국인 중앙아시아 지역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더 적극적인 경제교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태균 수출입은행 우즈베크사무소장은 "중국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자원개발 등을 통해 우즈베크와 교역 규모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7% 늘리는 등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며 "우리도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미래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협력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의 현지법인인 Uz산업은행의 김장진 행장도 "우즈베크 정부가 최근 미국에서 투자설명회를 갖고 11월 일본에서 투자포럼을 열기로 하는 등 다양한 국가와 협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타슈켄트 · 나보이(우즈베키스탄) 글 · 사진=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나보이 모델은 한국식 압축성장
우즈베크 정부가 나보이경제특구 개발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의해서다. 우즈베크 정부는 구(舊) 소비에트연방에서 독립한 이후 '경제주권' 확보를 위해 제조업 기반을 확충하는 계획을 추진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중앙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시장규모(인구 2700만명),풍부한 자원(금 매장량 세계 5위,가스 · 우라늄 매장량 세계 10위)을 갖추고도 경제력은 주변국에 크게 뒤처졌다.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100달러.경쟁국인 카자흐스탄(1인당 GDP 8500달러)의 8분의 1 수준이다.
자원을 단기간에 집중 투입해 압축성장을 이루는 노하우가 절실했다. 우즈베크 정부는 그 해법을 한국에서 찾았다. 자수르 타지예프 대외경제부 국장은 "경제특구를 통해 짧은 시간에 집약 성장을 이룬 한국의 경험은 좋은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지난 3월 루스탐 아지모프 제1부총리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특구 개발 경험 전수를 공식 요청했다. 나보이경제특구의 투자유치 전략 및 운영시스템,법률제정 등의 자문을 해달라는 것.한국개발연구원(KDI)이 맡은 컨설팅 결과는 12월에 나올 예정이다.
뿐만 아니다. 지난 8월에는 샤브캇 툴리아가노프 대외경제부 차관 등 20여명의 관료들이 마산경제자유구역과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둘러보기 위해 방한했다. 이들은 산업단지공단에 특구 관리시스템,입주기업 지원제도 등의 컨설팅도 요청했다. 한국의 경제개발 DNA가 수출되는 셈이다.
◆공항 운영도 한국 기업에 맡겨
한류 바람은 나보이공항에도 불고 있다. 경제특구 건설현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나보이공항.이곳의 책임자는 대한항공 상무 출신의 노명철 공항장이다. 우즈베크 정부는 지난해 5월 나보이공항 현대화 프로젝트를 대한항공에 맡겼다. 항구가 없는 나보이를 경제특구로 개발하기 위해선 선진 항공물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게 우즈베크 정부의 생각이었다. 카리모프 대통령이 직접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나보이공항을 중앙아시아 최대 허브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월에는 공항 운영 전권을 대한항공에 일임했다. 노 공항장 등 6명의 대한항공 직원에게 2013년까지 5년간 공항 운영권을 통째로 넘겨준 것이다.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나보이공항은 하루에 고작 3편의 여객기만 운항할 뿐 화물운송 실적은 전무했다. 강규원 대한항공 우즈베크 지역본부장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달라는 것인데 처음엔 참 고민스러웠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대한항공은 3개월간 타당성을 조사했다. 결론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대한항공은 지난해 8월부터 유럽으로 직행하던 화물기를 우즈베크를 경유하도록 했다. 대형 화물기(에어버스)를 투입해 나보이와 인도 뭄바이,태국 방콕 간 화물 운송도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나보이공항 수입은 작년 60만달러에서 올해 600만달러로 10배 늘었고,화물운송량은 '제로(0)'에서 3300t으로 늘었다. 이 같은 성과를 높이 산 카리모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이명박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조 회장이 위대한 일을 수행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중앙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야
정부는 이 대통령의 우즈베크 방문 이후 나보이경제특구 등에 대한 경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1996년부터 올해 4월까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1억1700만달러를 지원한 데 이어 2011년까지 1억2000만달러를 추가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자원부국인 중앙아시아 지역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더 적극적인 경제교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태균 수출입은행 우즈베크사무소장은 "중국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자원개발 등을 통해 우즈베크와 교역 규모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7% 늘리는 등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며 "우리도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미래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협력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의 현지법인인 Uz산업은행의 김장진 행장도 "우즈베크 정부가 최근 미국에서 투자설명회를 갖고 11월 일본에서 투자포럼을 열기로 하는 등 다양한 국가와 협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타슈켄트 · 나보이(우즈베키스탄) 글 · 사진=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