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30일 발생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과 미국령 사모아제도의 대형 지진 및 쓰나미(지진해일)는 아시아의 연쇄 자연재해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인도네시아에선 이번 지진으로 1000여명이 넘게 숨졌으며,사모아에서도 18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전체 주민 중 80%가 직 · 간접적으로 지진 피해를 입었다.

지진 및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는 물론 사람의 힘으론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인명과 재산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준비는 할 수 있으며,이것은 바로 각국 정부가 해야 할 몫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 인도네시아와 사모아 지진에선 정부가 제대로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면서 피해를 크게 키웠다.

미국과 호주,인도 등 환태평양 지진대 인근 국가들은 수년 전부터 해저 지진 및 쓰나미 예보를 위한 첨단기술 장비 도입에 힘써오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선 2004년만 해도 북태평양 일부 지역에 단 6개밖에 없던 쓰나미 관측시설을 최근 1~2년 새 태평양과 인도양 해상 중심으로 40여개로 늘렸다.

하지만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예보보다도 훨씬 필수적인 건 신속한 대피다. 규모 8.3의 강진이 발생했던 사모아제도에서의 경우 지진과 쓰나미가 주민들을 덮치는 데 걸린 시간은 총 20분도 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 그처럼 참담한 비극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는 언제 덮쳐올지 모를 대형 재해에 대비해 평상시에도 피해 요령을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설명하고 훈련시켜야 한다. 해안가에서 갑자기 땅의 진동이 30초 이상 느껴지거나 파도 크기가 평소와 다르다고 느껴질 때 지체없이 해변을 떠나 고지대로 피해 최소 30분은 대기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재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건물의 내진설계 기준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미 수년 전부터 지진 발생 가능성이 예고돼 왔던 인도네시아에서 주택을 비롯한 각종 건물들이 지진과 쓰나미를 대비해 좀더 탄탄하게 지어졌더라면 이번 지진에서 1000여명의 희생자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울러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이웃 나라들에 가능한 한 빨리 구호 요청을 해야 한다. 지난 4월 초 이탈리아 라퀼라 지진 당시 이탈리아 정부가 인근 국가에 구호 요청을 미루면서 300명 가까운 희생자를 낸 반면,8월에 아테네 산불이 발생한 그리스에선 이웃 나라들과의 신속한 협력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미국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에선 쓰나미 경보 체제 유지에만 매년 수백만달러를 투입한다. 이제 아시아 국가들도 재난피해 방지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결코 아껴선 안 된다. 항상 자연재해 우려를 안고 살아야 하는 환태평양 지진대 아시아 국가들은 이제 그저 하늘만을 탓하며 언제까지나 손을 놓고만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정리=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코스타스 시놀라키스 캘리포니아대 쓰나미연구센터 소장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이 글은 코스타스 시놀라키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쓰나미연구센터 소장이 최근 '거대한 파도에 맞선 준비(Being Ready for the Big Wave)'란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