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들도 신맛보다 단맛을 좋아하고,무표정한 얼굴보다 미소띤 얼굴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눈도 채 뜨지 못한 상태지만 이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는군요. 불규칙한 소리보다는 운율적인 리듬을 더 좋아하고 비대칭의 물체나 장면보다 대칭적인 물체와 장면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놀라운 일이지요.

어른이 돼서도 마찬가지랍니다. 사람들은 불규칙한 자극보다 반복적이고 리드미컬한 자극에 이끌립니다.

아름다운 음악과 춤,감동적인 시(詩)에서 '영혼의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도 같은 이치죠.우리가 초콜릿을 좋아하는 이유와 웃음이 전염되는 원리,페로몬 향기에 열광하는 연유까지 '쾌감'의 뿌리는 인간의 '본능' 깊숙한 곳까지 닿아있는 듯합니다.

신경과학자이자 감정생물학 전문가인 진 월렌스타인은 최근 번역된 《쾌감 본능》(은행나무 펴냄)에서 감각적인 즐거움들의 실체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짚어봅니다. 일종의 감각적 반사작용인 쾌감이 어떻게 작용하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여러 사례와 함께 보여줍니다.

그는 '초콜릿이 사람들을 유혹하는 이유는 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속에는 평범하고 오래된 화합물인 당을 비롯해 흥분 작용을 일으키는 페닐에틸아민,진정 · 진통효과를 주는 아난다마이드 등 뇌를 자극하는 여러 물질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하는군요.

물론 화학 반응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쾌감도 많습니다.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접할 때 느끼는 시각적 즐거움을 비례와 대칭의 쾌감으로 해석한 대목이 재미있습니다. 여러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좌우대칭성이 높은 수컷의 짝짓기 성공률이 높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같은 쾌감 본능은 학습 효과라기보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라는군요. 그러고 보면 우리 삶의 쾌감지수를 높이는 방법은 스스로 갖고 있는 내면의 샘물을 얼마나 신선하게 자주 퍼올리느냐에 달려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