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컨버전스 시대…외부 M&A보다 내부 합병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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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간 합병바람 분다
대기업그룹들이 계열사 간 합병과 업무조정 등 사업 재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년간 개별 계열사들이 각개약진하던 것에서 벗어나 그룹 내 인수 · 합병(inner M&A)을 통해 전열을 재정비,효율성을 키워 글로벌 시장 호황에 대비한다는 전략에서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대기업들이 단행했던 사업조정이 그룹 간,비자발적,축소지향적 성격이었던 데 비해 이번 사업 재배치는 그룹 내에서 전략적인 방침에 따라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진행된다는 점이 다르다. 업종 간 사업영역 구분이 모호해지는 '산업 간 컨버전스(융 · 복합)' 현상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합치고 공격 앞으로
올 들어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계열사 간 합병이다. 통신업계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KT와 KTF가 지난 6월 합병한 데 이어 LG텔레콤,데이콤,파워콤 등 통신 3사는 15일 이사회를 열어 내년 1월 중 합병하기로 했다. 자산 8조원,가입자 1360만명을 보유하는 종합 유 · 무선 통신사로 변신,SK텔레콤과 KT의 양강구도에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간 합병도 더 빨리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 · 무선 통신의 결합추세에 따라 그룹 내 통신사들이 합쳐지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현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S와 삼성네트웍스가 합병하기로 결의한 것도 규모를 키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IT(정보기술) 시스템사업을 하는 삼성SDS와 통신업무를 하는 네트웍스가 하나로 뭉쳐 차원 높은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제공하고,세계 무대로 본격 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SDS는 합병 후 2015년 글로벌 톱10 정보통신기술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롯데그룹의 호남석유화학 · 케이피케미칼 통합,한화그룹의 한화리조트 · 한화개발 · 한화63시티 합병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포스코가 추진 중인 포스콘과 포스데이타 합병은 철강생산 자동화 설비기술을 갖춘 하드웨어 업체와 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업체를 합쳐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그룹체제의 강점 극대화 전략
올 들어 대기업 계열사 간 합병이 러시를 이루는 이유에 대해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해외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낸 국내기업들이 그룹체제라는 한국 특유의 강점을 앞세워 치고 나가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이후 10여년간 성장동력을 찾아 개별적으로 달려왔던 계열사들을 그룹이라는 한 차원 높은 수준에서 합병 등을 통해 재배치함으로써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연구원은 "시장지배력 확대를 위해 가장 빠른 방식이 외부업체를 인수하는 것이지만 최근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져 있어 일단 내부통합을 통해 체력을 키워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데 들어가는 재무적 부담과 이질적 문화를 통합해야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을 피하기 위해 그룹 내 계열사 간 통합을 선택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컨버전스 현상이 확산되면서 그룹 계열사 간 중복사업 조정을 통한 효율성 확보가 시급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룹 내 사업 재조정은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한 측면도 있다. 남동규 우리투자증권 이사는 "더블딥이나 트리플딥 얘기가 나오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국내 그룹들이 혹시 닥쳐올지 모르는 위기에 대비해 체질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했다. 몸을 추스려 위기에 대비하는 동시에 시장이 확대되면 강화된 체력으로 공격경영에 나서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김용준/김태훈 기자 junyk@hankyung.com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대기업들이 단행했던 사업조정이 그룹 간,비자발적,축소지향적 성격이었던 데 비해 이번 사업 재배치는 그룹 내에서 전략적인 방침에 따라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진행된다는 점이 다르다. 업종 간 사업영역 구분이 모호해지는 '산업 간 컨버전스(융 · 복합)' 현상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합치고 공격 앞으로
올 들어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계열사 간 합병이다. 통신업계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KT와 KTF가 지난 6월 합병한 데 이어 LG텔레콤,데이콤,파워콤 등 통신 3사는 15일 이사회를 열어 내년 1월 중 합병하기로 했다. 자산 8조원,가입자 1360만명을 보유하는 종합 유 · 무선 통신사로 변신,SK텔레콤과 KT의 양강구도에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간 합병도 더 빨리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 · 무선 통신의 결합추세에 따라 그룹 내 통신사들이 합쳐지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현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S와 삼성네트웍스가 합병하기로 결의한 것도 규모를 키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IT(정보기술) 시스템사업을 하는 삼성SDS와 통신업무를 하는 네트웍스가 하나로 뭉쳐 차원 높은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제공하고,세계 무대로 본격 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SDS는 합병 후 2015년 글로벌 톱10 정보통신기술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롯데그룹의 호남석유화학 · 케이피케미칼 통합,한화그룹의 한화리조트 · 한화개발 · 한화63시티 합병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포스코가 추진 중인 포스콘과 포스데이타 합병은 철강생산 자동화 설비기술을 갖춘 하드웨어 업체와 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업체를 합쳐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그룹체제의 강점 극대화 전략
올 들어 대기업 계열사 간 합병이 러시를 이루는 이유에 대해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해외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낸 국내기업들이 그룹체제라는 한국 특유의 강점을 앞세워 치고 나가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이후 10여년간 성장동력을 찾아 개별적으로 달려왔던 계열사들을 그룹이라는 한 차원 높은 수준에서 합병 등을 통해 재배치함으로써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연구원은 "시장지배력 확대를 위해 가장 빠른 방식이 외부업체를 인수하는 것이지만 최근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져 있어 일단 내부통합을 통해 체력을 키워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데 들어가는 재무적 부담과 이질적 문화를 통합해야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을 피하기 위해 그룹 내 계열사 간 통합을 선택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컨버전스 현상이 확산되면서 그룹 계열사 간 중복사업 조정을 통한 효율성 확보가 시급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룹 내 사업 재조정은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한 측면도 있다. 남동규 우리투자증권 이사는 "더블딥이나 트리플딥 얘기가 나오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국내 그룹들이 혹시 닥쳐올지 모르는 위기에 대비해 체질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했다. 몸을 추스려 위기에 대비하는 동시에 시장이 확대되면 강화된 체력으로 공격경영에 나서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김용준/김태훈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