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훈풍에 외국인이 다시 주식 매수세를 강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가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 호전을 배경으로 1년여 만에 10,000선을 돌파한 것이 경기 회복을 확인한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외국인이 자신감을 회복하게 됐다는 관측에서다. 실제 외국인은 15일 국내 증시에서 현 · 선물을 1조원가량 대거 사들였다.

하지만 증시 추가 상승에는 원 · 달러 환율 하락이 큰 변수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환율이 연일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주요 수출주들의 향후 실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투신권 등 기관이 수출을 이끄는 대형 정보기술(IT)주와 자동차주를 집중적으로 팔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불안 심리를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발 훈풍에 외국인 '귀환'

이날 코스피지수는 9.90포인트(0.60%) 오른 1658.99에 마감했다. 전날 뉴욕 증시의 상승 소식에 개장 직후 지수가 1670선을 돌파하며 20일 이동평균선(1662선)을 넘어서자 증시가 재상승 국면으로 복귀했다는 낙관적인 관측이 확산되기도 했다.

특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400억원 이상,선물시장에서도 4600억원가량 매수 우위를 보이며 공격적으로 매입에 나섰다. 이날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규모는 지난달 18일 이후 거의 한 달 만의 최대치다.

하지만 원 · 달러 환율이 10원 가까이 급락,다시 올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지수 상승폭을 좁혔다. 환율 하락으로 IT 자동차 등 대표적인 수출기업의 실적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기관이 환율 하락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기관은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LG전자 현대모비스 등 IT주와 자동차주를 주로 매각했다.

이 탓에 2% 가까이 상승 출발했던 삼성전자는 0.78%로 상승폭이 줄어든 채 거래를 마쳤고 기아차(-3.65%) 현대차(-1.41%) 하이닉스(-1.20%) 삼성SDI(-1.00%) 삼성전기(-0.90%) LG전자(-0.43%) 등 주요 수출주들이 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일제히 하락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 기관이 내놓은 매물을 상당부분 소화해 대조를 이뤘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외국인이 이달 들어 가장 많이 주식을 샀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영향력이 큰 IT 자동차 등 수출주들이 기관의 매도 공세로 약세를 보인 탓에 지수도 소폭 상승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환율 하락세가 변수

미국 증시가 기업 실적 개선과 소비 고용 주택 등 실물지표 회복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1700선 회복 이후 주가 수준에 부담을 느낀 외국인이 '숨고르기' 차원에서 관망해 왔지만 한국과 미국의 3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긍정적이어서 다시 순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평가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대하지 않았던 미국의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고 있고 앞으로 '깜짝 실적'을 낼 기업이 많을 것으로 전망돼 외국인 매수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경덕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외국인은 지난달부터 차익을 실현해 자금 여력이 충분한 데다 9월 하순 이후 한국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가격 매력이 살아나고 있어 다시 주식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본격적인 매수세가 살아나고 지수가 전 고점 탈환에 나서기 위해서는 환율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리서치팀장은 "미국 소비가 회복되더라도 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 IT 자동차 등 주요 수출주가 입는 수혜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현재 가장 중요한 변수는 환율"이라고 진단했다.

김 부장은 "내년까지 환율 하락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문제는 하락 속도가 얼마나 가파르게 진행되느냐에 있다"며 "당분간은 금융 유통 통신 등 내수주와 환율 하락 수혜주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