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푸조의 디자인은 '전위적'이라는 평가를 받곤 한다.

특히 키스 라이더 푸조 수석디자이너가 선보이는 특유의 '펠린(Feline, 고양이같은)룩'은 차를 바라보는 순간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독창성을 갖췄다.

지난달 국내에 출시된 디젤 세단 ‘뉴 407HDI'를 처음 만난 순간에도 그랬다.

길게 튀어나온 앞후드와 역동성을 강조한 곡선의 차체는 잘 만들어진 조각품을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407HDI는 2000cc급 디젤 엔진을 탑재한 5인승 중형세단이다.

최근 출시된 신형은 이전 모델보다 차체의 무게를 65kg 줄였다. 공기저항에 최적화 된 디자인으로 연비와 성능을 끌어올렸다.

동력성능은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34.7kg·m으로 어지간한 3000cc급 휘발유 차량에 버금가는 가속능력을 갖췄다. 공인 연비는 ℓ당 14.7km로 이전모델(14.3km/ℓ)보다 개선됐다.

키를 돌려 시동을 걸었다. 최근 출시되는 디젤 차량들은 예전처럼 시끄럽지 않다. 정숙성은 무난한 수준으로 느껴졌다.

가속 페달을 밟고 속도를 높여봤다. 차가 멈춰있는 상태에서의 가속은 그리 빠른 편은 아니다. 엔진회전수(RPM) 게이지가 2000RPM에 가까워지면 그때부터 동력원을 엔진으로 직접 쏴주는 고압 직분사(HDI) 방식 엔진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7초다.

승차감은 만족스럽다. 장시간 운전에도 곧잘 피로해지지 않는다. 푸조 고유의 차량 밑바닥 충격흡수 시스템(서스펜션)인 '로드 터치 테크'는 견고한 느낌을 준다.

푸조의 핸들링은 정교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고속에서의 급격한 코너링도 어렵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시속 15km 이하의 저속으로 움직일 때 운전대를 돌리면 약간의 떨림이 전해져왔다.

2000cc급 중형세단을 타고 '질주'를 하겠다는 생각은 곧잘 들지 않는다. 가족이 동승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407HDI는 전체적으로 일상생활에 있어 큰 지장이 없는 ‘패밀리세단’의 정체성을 가졌다. 뒷좌석도 둥글게 튀어나온 가운데 바닥 ‘센터 터널’을 없애 3명이 편안히 앉을 수 있다.

실측 결과 12km/ℓ 남짓으로 측정된 높은 연비효율은 가족들과 함께 쓰는 차량에 있어 특별한 장점이다. 디젤(경유)을 연료로 삼기 때문에 유지비도 낮다.

유럽 유로앤캡(Euro NCAP)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 등급을 획득한 안전성과 9개의 에어백을 생각하면 더욱 '가족을 위한 차'라는 생각이 든다. 매력적인 외관도 빼놓을 수 없다. 가격은 옵션에 따라 4100만~4760만원.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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