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림씨 "패션계 1등보다 사람들에 기쁨 주는 옷 만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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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패션계서 돌풍일으키는 필립 림씨
그동안 '뉴욕의 대표 디자이너' 하면 캘빈 클라인이나 랄프 로렌,도나 카란을 떠올렸다. 하지만 요즘 뉴욕 패션계의 가장 주목받는 신예 디자이너는 필립 림(36 · 사진)이다. 고가 명품보다는 다소 대중적인 '럭셔리 컨템포러리 브랜드'가 강세인 뉴욕 패션계에서 그의 브랜드 '3.1 필립림'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
필립 림이 16일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과 함께 '2010 봄 · 여름 서울컬렉션' 오프닝 무대를 장식하기 위해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필립 림은 중국계 미국인으로 한 살 때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 1.5세대다. 그는 원래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금융학을 전공한 경영학도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옷을 리폼해 입을 정도로 관심이 많았지만 아시아 이민자 대부분이 그렇듯 부모님은 자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 · 변호사 · 회계사 등이 되길 바라셨다"며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공부했지만 디자이너는 꿈 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이 적성이 아님을 깨닫고 부모님 몰래 진로를 바꿨다. 디자이너 어시스턴트로 일을 배워 2004년 31세 늦깎이로 뉴욕컬렉션에 입문했다. 당시 그의 이름과 나이 숫자인 31에 점을 붙여 '3.1 필립림'이란 브랜드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의 옷을 두고 '도도하지 않으면서 정제되고 편안한 옷'이라고 평가한다. 디자인 감각은 물론 비즈니스 마인드까지 동시에 갖춰 '팔리는 옷'만 만드는 그는 작품성에 치중하는 컬렉션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2004년 데뷔부터 전 세계 언론과 바이어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1000만달러어치 계약을 따냈고,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제 인물인 패션업계 거물 안나 윈스터(패션지 '보그' 편집장)의 총애를 받으며 차세대 디자이너로 급부상했다. 5년이 지난 지금 그의 옷은 전 세계 26개국 300개 이상의 매장에서 팔린다. 세계적인 디자이너하고만 손을 잡는 유니클로,갭,버켄스탁 등 글로벌 브랜드들과 한정판을 선보였다.
그는 이날 국내 패션디자이너들이 총출동하는 '2010 봄 · 여름 서울컬렉션'의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다. 전통적으로 국내 원로 남성복 디자이너가 오프닝 무대를 선보이지만 그에게 자리를 내줬다. 같은 날 뉴욕 · 도쿄 · LA에 이어 네 번째로 청담동 명품거리 중심에 '3.1 필립림'의 플래그십 스토어도 열었다.
단기간 뉴욕 패션계를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그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란 말로 표현했다. 디자이너가 움직이면 대형 군단이 함께 따라다니는데 사람 · 재능 · 운의 3박자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좋은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세계가 그의 옷에 열광하고 있지만 그의 꿈은 의외로 소박했다. "세계 패션시장을 지배하는 1등 브랜드가 되고 싶은 욕심보다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자유롭게 만들어 사람들이 기쁘게 입어주는 것뿐입니다. "
글=안상미/사진=허문찬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