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구조설계사무소인 '센구조연구소'의 이승환 이사(35 · 사진)는 16일 공사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밸류 엔지니어링(Value engineering)'의 효과에 대해 이처럼 간단하게 설명했다. 서울대 건축학과와 미국 코넬대 MBA를 졸업하고 건축구조업계에 첫 발을 디딘 그는 국내 밸류 엔지니어링 분야의 선두 주자로 손꼽힌다.
센구조연구소는 그동안 인천국제공항,서울 무역센터,인터컨티넨탈호텔,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강남역 어반하이브 빌딩까지 대형 프로젝트들의 건축구조 설계와 컨설팅을 수행했다. 그는 센구조연구소를 설립한 부친 이창남 대표의 사업을 잇기 위해 올초 합류했다. "공학쪽에만 관심을 둔 아버지와 달리 건축과 비즈니스를 적절히 조화시켜 가업을 좀 더 키워볼 생각입니다. "
일반인에게 생소한 개념인 구조설계란 건축가가 디자인한 건물이 실제로 땅 위에 지어질 수 있도록 복잡한 계산을 거쳐 도면과 문서로 표현한 것.인천국제공항의 경우 구조설계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실내에 기둥을 모두 없애 이른바 '무주공간'으로 건물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 이사는 "구조설계는 건물 공간의 효용성과 공사비용,안전도 등을 좌우하는 절대적 요소"라고 설명했다. 실제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는 획기적인 구조기술을 적용해 공사비를 50억원 줄였다. 전체 골조공사비의 20%에 달한다. 센구조연구소가 개발한 'TSC합성보'를 활용한 결과다. 빌딩의 바닥판을 지지하는 '보(수평재)'는 일반적으로 철골을 사용한다. 하지만 센구조연구소는 철골 대신 철골 모양의 거푸집을 만들고 그 안에 콘크리트를 넣어 만든 합성보를 개발했다. TSC합성보를 쓰면 철골 물량이 30% 정도 줄어 파격적인 공사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TSC합성보는 화재 피해 감소효과도 탁월하다. 화재 발생 시 3시간 동안 무너지지 않는 '내화설계 인증'을 최초로 획득했다.
그는 "아직 구조설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국내 건설업체들도 선진국처럼 새로운 구조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적용해가는 태도를 가져야 건설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