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퀸' 김연아(19 · 고려대)가 2009~2010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여자싱글 역대 최고점을 경신하며 그랑프리대회 6회 연속 우승의 쾌거를 달성했다.

김연아는 18일 새벽(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팔레 옴니스포르 드 파리－베르시' 빙상장에서 치러진 대회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33.95점을 기록，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76.08점)를 합쳐 총점 210.03점으로 가볍게 1위에 올랐다.

김연아의 이 점수는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이 세웠던 역대 최고점(207.71점)을 2.32점 끌어올린 세계 신기록이며，프리스케이팅 점수 역시 역대 최고점이다. 김연아는 2006－2007시즌 그랑프리 4차 대회를 시작으로 이번 대회까지 그랑프리 시리즈 6개 대회 연속 우승을 이어가며 내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기대감을 한층 부풀렸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 · 173.99점)를 비롯해 세계 랭킹 1위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 · 147.63점),나카노 유카리(일본 · 165.70점)，캐롤라인 장(미국 · 153.15점)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출전했지만 김연아의 독보적인 기술력과 연기력 앞에 모두 무릎을 꿇었다.

이번 대회에 심판으로 참가한 이지희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부회장(47)은 "다른 심판들이 김연아를 내년 동계올림픽의 금메달 후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사다를 무려 36.04점 차로 따돌린 김연아의 완벽한 승리였다. 마지막 순서로 나선 김연아는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점)를 완벽하게 뛰어 가산점 2점을 따냈다. 하지만 연이은 트리플 플립 점프를 앞두고 솟아오르려는 찰나 타이밍이 맞지 않은 듯 아예 점프를 포기했다.

기본점 5.5점의 점프를 날려버린 김연아는 그러나 이어진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6.3점)를 깨끗하게 처리하며 다시 상승세를 이어갔고，플라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점프에서는 최고난도인 레벨 4를 얻었다. 무르익은 분위기는 가산점 행진으로 이어졌고，'마(魔)의 3연속 3회전 점프' 구간을 완벽한 착지로 마무리하며 4분여의 연기를 마쳤다.

트리플 플립 점프를 뛰지 못한 아쉬움이 얼굴에 서린 김연아는 기립박수로 환호한 관중에게 답례했고,전광판에 역대 여자싱글 최고점인 210.03점이 뜨자 팬들은 또 한번 우렁찬 박수로 피겨퀸의 우승을 축하했다.

김연아는 우승 후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손꼽았던 대회라서 긴장되지만 최근 두 시즌 연속 좋은 결과를 얻어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묻는 질문에 "한계를 뛰어넘기보다는 매 경기에서 내가 가진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김연아는 19일 전지훈련지인 캐나다 토론토로 이동해 그랑프리 5차대회(11월12~15일 · 미국)를 준비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