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길목 지키는 한진 수리조선소…日서도 일감 밀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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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깊은 中 취산도 입지 탁월
세번째 도크 설비공사 곧 착수
세번째 도크 설비공사 곧 착수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한 배가 누런 황토빛 망망대해를 달린 지 2시간.수평선 끝에는 돌산을 깎은 부지 위로 4척의 배가 수리를 받고 있는 조선소가 보였다. 55만㎡(17만평)의 넓은 땅에는 거대한 크레인 4대가 바쁘게 움직였다. 길이 360m에 달하는 30만t급 도크 안에는 한진 암스테르담호가 상판 덮개를 모두 들어내고 정비를 받고 있다. 지난달 중국 저장성 정부로부터 정식허가를 받고 본격 가동에 들어간 한진해운 수리조선소인 저장동방수조선유한공사(ZESCO · 제스코)다.
한진해운이 수리 조선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해운시황이 한창 좋았던 2004년이다. 당시 200척의 선대를 운영했던 한진해운은 수리조선소를 찾는데 골머리를 앓았다. 중국에만 수리조선소가 100여 곳이 넘었지만 쉽게 믿을 수 없었다. 툭하면 계약을 깨고 수리비를 올려 달라거나,정해진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믿을 만한 수리조선소를 찾던 한진해운은 직접 수리조선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김명식 제스코 사장은 "국제법상 선박은 2년 반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수리조선소에서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해당 시기에 배를 입고시킬 수리조선소를 찾지 못하면 해운사로서는 낭패"라며 "때마침 중국 해운사인 순화해운이 취산도에 조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이들과 합작해 2007년 5월 제스코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상하이 양산항에서 약 30㎞ 떨어진 평범한 어촌이었던 취산도는 이때부터 대형 선박들의 종합병원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돌산으로 이뤄진 섬의 특성상 50만t이 넘는 돌을 2년간 깎아 낸 끝에 제스코는 지난 4월 1단계 설비공사를 끝내고 시범 영업에 들어갔다. 약 5개월간 14척의 배를 수리한 뒤 지난 9월 중국 저장성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았다. 서완배 경영지원 부장은 "취산도는 섬 인근 해역의 수심이 평균 15m 이상이라 수리 조선소로서는 최적"이라며 "전 세계 해운물류의 중심지로 성장한 상하이 인근이라는 지리적 이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제스코는 내년 150척을 수리해 약 1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운시황이 어렵지만 한진해운의 수리 선박물량이 한 해 평균 70~80척에 달하는데다 협력관계인 케이라인(K-LINE),코스콘,양밍라인 등과 일본 지역 선주들의 의뢰도 잇따르고 있기 때문.시노트랜스,케이라인 등 협력사 고위관계자들은 지분투자를 위해 제스코를 방문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시장상황에 따라 조만간 50만t규모의 세 번째 도크를 짓는 2단계 설비공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취산도(중국)=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