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中사업 전면 재정비…다시 '中心'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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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중장기 전략 세워라"
CEO들 내달초 베이징 집결…현지밀착형 신규사업 추진
CEO들 내달초 베이징 집결…현지밀착형 신규사업 추진
지난달 20일 열린 SK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 추구협의회'.이 자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중국 사업의 성과가 미흡하다며 조직개편과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성과가 지지부진한 중국사업의 궤도를 전면적으로 수정하겠다는 것.
최 회장은 2006년 7월에도 중국 사업의 캐치프레이즈를 '차이나 인사이더(중국 속으로)'로 바꾸며 "단기간의 성과에 조바심을 내지말고 철저히 중국시장의 관점에서 중 · 장기적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음 달 2일부터 3일간 중국 베이징 SK타워에서 열리는 최고경영자(CEO) 전략 회의는 최 회장의 의지가 보다 구체화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SK그룹의 중국 진출 제2기 사업방향이 그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국 사업 컨트롤 타워 신설키로
현재 중국에는 SK그룹의 13개 계열사가 각각 설립한 'SK에너지 차이나''SK텔레콤 차이나' 등 90여개 법인과 20여개 지사가 있다. 이를 총괄하는 회사는 지난해 1월 설립된 'SK차이나'.이 회사는 SK에너지,SK텔레콤 등 9개 계열사가 공동출자해 설립한 것으로 중국 내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법인들의 지분을 소유하지 않아 계열사들은 사실상 독립적인 경영을 펼쳐왔다. SK그룹이 중국 사업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총괄조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도 이 때문.SK는 이를 위해 현지 법인을 기능에 따라 통 · 폐합하는 등 조직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SK그룹은 지주회사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모델을 검토 중이다.
SK그룹의 중 · 장기 사업방향을 모색하는 CEO 전략 회의가 이번에 처음으로 베이징 SK타워에서 열린다는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지상 35층 짜리의 베이징 SK타워는 SK그룹이 지난해 말 중국사업의 총괄본부 역할을 하기 위해 4100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당시 SK그룹은 "국내 사업을 제외한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SK 글로벌 본부로 확대해 오는 2010년께 중국에 또 하나의 SK그룹을 완성활 방침"이라고 설명했었다. 결국 이번 CEO 전략 세미나는 중국에 '제2의 SK그룹'을 만들겠다는 복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중국사업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
SK는 1991년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베이징 사무소를 설립한 이후 18년이 지났지만,아직 이렇다 할 간판급 기업을 키워내지 못했다. 중국 진출 성과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은 SK의 사업구조 특성 때문이다. 주력사업인 에너지 · 화학(SK에너지) 정보통신(SK텔레콤)이 국가기간사업으로 중국 정부의 규제가 심한 영역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말 중국 2대 통신회사인 차이나유니콤 보유지분 모두를 차이나유니콤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2006년 7월 차이나유니콤의 홍콩상장법인인 차이나 유니콤 리미티드(China Unicom Limited)가 발행한 10억달러(USD) 규모의 전환사채(CB) 매입과 2007년 8월 이를 전액 주식으로 전환하면서,차이나유니콤 경영참여까지 목표로 뒀던 중국 이동통신시장 진출 계획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됐다.
주력 계열사의 사업 철수를 계기로 중국 사업을 제로(0) 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최 회장의 복안으로 분석된다.
SK가 구축해놓은 중국내 네트워크는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는 이번 컨트롤타워 신설을 계기로 중국 내 신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조직개편 작업과 맞물려 계열사별로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만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선/이정호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