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융의 메카인 명동시장에 자금사정이 어려운 기업들의 M&A(인수 합병)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 어려워진 어음할인시장이 반영돼 브로커들의 생존방법 변신의 일환으로 덩치가 큰 기업 M&A 성사를 위한 발 빠른 움직임인지, 경기호전 지연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압박으로 기업매각설이 나오고 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사채시장에서의 반응과 성사여부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분위기가 흐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9일 기업신용정보제공업체인 중앙인터빌(http://www.interbill.co.kr)에 따르면 종종 기업 헌터들이 명동 시장을 찾아와 건설사들의 융통어음 유통량 등을 조사, M&A 매물 정보를 수집해가지만 그들이 가져가는 정보는 그저 소문일 뿐 확인되지 않은 '첩보'에 그친다.

실제로 지난주 명동의 한 어음중개 사무실에 50대 중반의 한 남성 H씨가 찾아왔다. 그는 자금이 필요한 상장업체가 있는지 물어왔으나, 그가 들은 대답은 '없다' 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500억원 정도 굴릴 수 있으니, 500억원 정도면 인수 가능한 매물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는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러고서야 그는 모든 것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전형적인 기업 헌터인데 상장건설사 가운데 A, B사를 염두에 두고 500억원 정도로 그 두 업체 가운데 한 업체를 인수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A사는 200억~300억원 정도 예상하고 있고, B사는 500억원 정도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M&A팀에는 국내 굴지의 건설사 해외영업이사 출신들도 몇몇 포함돼 있기 때문에, A사나 B사를 인수했을 경우 경영정상화는 물론 해외 공사 수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야기가 더욱 깊어지자 H씨는 자신의 얘기를 상세히 털어 놓았다. 그 또한 상장 건설사 임원 출신으로서 일본에서 자수성가한 한국계 자산가의 부탁을 받고 이 M&A를 성사시키고자 한다는 것이다. 수년 전에는 C사를 인수하고자 했는데, 컨소시엄 구성에서부터 인수 절차까지 모두 마치고 대금을 지불하는 과정에서 일부 참여인이 대금 지불을 포기하는 바람에 실패했다고 한다. 물론 그 C사 또한 크게 휘청 거렸다는 말을 덧붙였다.

중앙인터빌 이진희 과장은 "지금 같은 시점에서 A, B사 가운데 1개사를 인수하는 것은 리스크가 큰 행위"라며 "우선 H씨의 배후 인물이 어떤 의도로 A, B사를 인수하고자 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동시장 브로커 따르면 H씨는 이미 A, B사의 자금담당과 주채무 은행 실무자 간에 각각 미팅을 갖고 구체적인 재무상태에 관해 논의했다.

이와 관련, 이 과장은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경영진 선에서 먼저 얘기가 나와야 순서가 맞는 것 같다"며 "A, B사 모두 오너 경영체제인 기업인데, 오너를 제외한 실무자 끼리 얘기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질 않는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의 건설사 트랜드로 봤을 때 단순 시공만 하는 회사는 큰 메리트가 없다. 대형 건설사들이 연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가 그 것"이라며 "그래서 명동에서는 재무상태도 안정적이고 연구 개발에 열심인 기업의 어음 금리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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