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요즘 벌어지고 있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 관한 이야기가 부쩍 자주 들린다. 지난해 올림픽에서의 금메달과 올해 초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열기가 이어져 프로야구 인기가 대단하다고 한다.

야구 하면 언젠가 지인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의사 결정의 측면에서 볼 때 야구 감독이 한 경기에 내려야 하는 의사 결정의 수와 종류는 일반 기업체 대표의 한 달치에 해당한다는 내용이었다. 상대팀의 전력을 고려해 우리팀의 선발을 고르고 9명의 선수를 배치하는 일,순간 순간 뒤바뀌는 분위기에 따라 작전을 결정해 지시하고 선수를 교체하는 일 등이 쉴 틈 없이 계속된다고 한다. 치밀한 의사 결정 혹은 사소해 보이는 판단 하나로 경기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고 승패가 갈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야구를 일러 멘탈 스포츠라고도 하는데,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지만 감독의 시의적절한 의사 결정에 대한 중요성도 반영하고 있는 표현인 것 같다.

살면서 만나게 되는 갈림길은 수없이 많고 그 내용도 항상 다르지만 언제나 선택은 한 가지뿐이라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 경험과 직관에 바탕한 올바른 의사 결정은 그래서 중요하다. 20세기 최고의 성악가로 추앙받는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했기에 졸업할 때 음악과 교육 사이에서 갈등했다고 한다. 이때 그의 결정을 도운 것은 아버지의 조언이었다. 두 개의 의자를 벌려 놓고 두 곳에 다 앉으려 하다가는 바닥에 주저앉을 뿐이라는 말은 망설임을 결단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실패를 줄이는 의사 결정을 위해서는 풍부한 경험과 폭 넓고 깊이 있는 지식이 중요하다. 미래를 내다보는 눈 역시 갖춰야 할 요소다. 환자의 증세에 따라 질환을 판단하고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일은 언제나 숙고를 요한다. 의사의 결정이 환자의 치료 여정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그래서 의사들은 임상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논문 활동을 활발히 하고자 노력한다. 학회를 통해서 검증된 최신 이론을 흡수하는 일도 게을리할 수 없다.

환자 역시 자신의 질환을 더 잘 치료받기 위해서는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의료기관을 선택하고 주치의의 치료 계획을 따라가는 데에도 변별력과 판단력을 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임상 경험과 활발한 학술 논문 활동을 하고 있는 의사 혹은 의료기관을 찾아내는 것은 환자나 보호자가 스스로 해야 하는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의 하나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많이 개방된 세상이라 작은 노력으로도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는 일이다.

늦은 결정으로 치료 시기를 놓친 환자,잘못된 결정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택했다가 오히려 병을 키워 오는 환자를 만날 때의 안타까움이 너무나 크기에 하는 말이다.

이상호 < 우리들병원그룹 이사장 shlee@woorid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