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닛산이 세계시장을 겨냥한 전기차를 2011년부터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하고 이를 곧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앞서 현대 · 기아차가 당초 일정을 앞당겨 2011년부터 전기차 양산에 나서기로 한 점을 감안하면 르노삼성의 가세는 국내 전기차산업에 탄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 우선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전기차 글로벌 경쟁에서 다소 뒤처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 · 기아차에 이어 르노삼성이 전기차 생산에 뛰어들면 그런 우려를 씻어내는데 적지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GM대우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직 두고 볼 일이지만 볼트 등을 앞세워 전기차 공략을 준비 중인 GM 본사가 만약 한국을 그 생산기지로 활용할 경우 국내 자동차산업은 전기차 등 이른바 그린카 경쟁력을 크게 제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르노닛산이 한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된 배경이다. 대용량의 배터리(2차전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곳으로 르노닛산은 한국을 꼽았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와 관련하여 LG화학 등 국내업체들의 기술력과 그 공급능력을 높이 산 것이다. 르노닛산으로서는 일단 한국과 일본에 전기차 생산체제를 갖추겠다는 것이지만 일본보다 뒤늦게 시작한 국내업체들의 배터리 경쟁력이 그만큼 상당한 위치에 올라섰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LG화학은 GM의 전기차 볼트에도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배터리 기술이 전기차 경쟁력을 결정하고, 나아가 그 생산까지도 국내로 이끌어오는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앞으로 배터리를 비롯한 부품 · 소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고, 결국 이것이 전체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도 우리가 극복하고 도전해야 할 부품 · 소재 분야가 많은 만큼 이번 기회에 배터리는 물론 핵심 부품 · 소재개발에 정부와 기업이 더욱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한다. 완성차의 경쟁력 제고는 말할 것도 없고, 허물어진 수출과 고용의 연관성을 복원시키고 외국인 투자를 국내로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는 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