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10년 만에 180억달러 규모의 해외 채권 발행에 나설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 보도했다. 이는 최근 이머징마켓 채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조달비용이 크게 낮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지난주 180억달러어치의 달러표시 채권을 내년 1분기께 발행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러시아가 가장 최근에 해외 채권을 발행한 것은 지난 2000년이다. 금융정보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금융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난 3월 이후 이머징마켓의 해외 국채 발행 규모는 50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올 초까지는 이머징마켓 해외 국채 발행이 단 한 건밖에 없었다.

3월부터 시작된 증시 랠리와 맞물려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이머징마켓 국채의 위험도를 반영하는 스프레드(미 국채와의 금리차)도 점차 좁아지고 있다. 3월 초 7.0%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스프레드는 최근 2.9%포인트로 줄어들었다. 러시아 국채와 미 국채 간 금리차도 3월 7.5%포인트에서 최근 2.4%포인트로 좁아졌다.

RBC캐피털마켓의 파울 비즈코 이머징마켓 투자전략가는 "1999년 이래 처음으로 재정적자가 예상되는 러시아가 국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는 향후 3년간 약 600억달러를 해외 채권시장을 통해 조달하길 원하고 있다"며 "유가가 오른다면 이 규모는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머징마켓 채권 수요가 늘면서 헝가리 리투아니아 등 동유럽과 중부유럽 국가들도 해외 채권 발행을 타진하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