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신용거래를 통해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신용 잔액이 크게 늘어난 중대형주들이 외국인과 기관의 차익 실현에 따른 매물 부담으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경우 자칫 손실폭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고점 이후 5% 가까이 하락하는 동안 유가증권시장의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4조7244억원에서 16일 현재 4조7661억원으로 오히려 400억원가량 늘었다. 이달 초 4조8666억원까지 불어났던 신용잔액은 증시 조정이 길어지자 감소세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여전히 연중 최고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수급 불균형으로 종목별 주가 차별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신용거래 비중이 높은 종목들은 주가 하락 시 매물 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이후 신용 잔액이 많이 늘어난 종목 중 반대매매 가능성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효성의 경우 최근 한 달여 동안 신용융자 잔액이 500억원가량 늘어 가장 크게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주가는 25% 가까이 하락했다. 증권사들이 조건으로 내거는 증거금 비율 등을 감안할 때 신용거래는 보통 매수 종목이 최소 10% 이상 하락할 경우 담보부족분을 채워넣게 하는 '마진콜'의 대상이 된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동양종금증권 하이닉스 등도 같은 기간 신용 잔액은 증가한 반면 주가는 10% 이상 하락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상승장에서 단기 차익을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레버리지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탄력이 좋은 중대형주의 비중을 늘렸지만 지금은 매수 주체인 외국인과 기관의 차익 실현이 잇따르고 있어 오히려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