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나스닥인 '창업판(차스닥)'이 오는 30일 개장함에 따라 국내 증시에 '중국발 훈풍'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차스닥 개장으로 중국 증시의 규모가 커져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국내 증시에도 활력소를 불어넣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차스닥 개설 소식이 전해진 19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000포인트를 넘어서는 호조를 보였다. 코스피지수가 이날 1650선에 바짝 육박하는 등 상승세로 급반전한 데는 이 같은 상하이지수의 강세가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차스닥시장 개설을 앞두고 중국 증시의 상승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차스닥 개설이 기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게 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바탕에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차스닥은 오는 23일 선전거래소에서 현판식을 가진 뒤 30일 28개 기업이 동시에 상장돼 거래를 시작하게 된다.

투자 비중이 낮아진 기관투자가들이 매수 주체로 나서며 증시를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이다. 조용찬 한화증권 부장은 "중국 정부 입장에선 차스닥 개설이 기존 상하이 증시 및 선전 증시와 '윈 윈'이 되도록 하려 할 것"이라며 "과거 유상증자나 대규모 IPO(기업공개)로 증시에 물량이 쏟아질 당시 중국 증시가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던 선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IPO 물량으로만 535억위안 이상 시가총액이 늘며 물량 부담이 우려되던 지난 7월 상하이지수는 전달에 비해 15.29%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물량이 대거 쏟아질 때마다 강세를 보였다. 이달 들어서도 차스닥 개설에 따른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서도 지수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차스닥시장의 인기는 개설 전부터 뜨겁다. 28개 기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56.7배에 달하며 고평가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모집 규모는 당초 예상했던 8조3184억위안을 크게 웃도는 15조4784억위안을 나타냈다. 영업이익률이 50%를 넘는 기업들도 터루이더 등 3곳이나 될 정도로 안정적인 실적과 성장성이 눈길을 끌고 있다는 평가다.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던 국내 증시가 차스닥 개설을 계기로 상승탄력을 받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차스닥 개설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며 중국 증시의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며 "오늘 증시 움직임이 보여준 것처럼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만큼 기대감이 커지며 중국 증시 전체를 좋은 분위기로 끌고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주부터 중국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잇따르는 데다 유가 강세에 따라 중국 증시에 상장된 에너지 전문기업들의 주가도 탄력을 받으며 지수가 강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내에 상장돼 있는 중국 기업들이나 향후 차스닥 상장이 기대되는 계열사들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의 개별적인 수혜도 예상됐다. 차스닥 개설이 국내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IT(정보기술) 붐에 힘입어 큰 성장을 이뤘던 국내 코스닥시장이 아직 완전히 자리잡지 못한 현실을 고려할 때 중국의 차스닥이 온전한 시장으로 정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