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건설 방향에 대한 논란이 학계로 번졌다. 한국행정학회(회장 이대희 광운대 교수)가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학자들 간 찬반논쟁이 뜨거웠다.

이날 세미나에는 충남 연기군수를 비롯해 연기 · 공주지역 주민 200여명이 '행정도시 사수'라는 머리띠를 묶고 참석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연기군에서 축산업을 하는 김선기씨(57)는 "정부가 (세종시를) 무산시키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빨리 무슨 대안이라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그것을(대안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국정의 신뢰성 논란

육동일 충남대 교수는 '세종시는 왜 계속 추진되어야 하는가'란 주제발표에서 "현 정부가 출범 초기 행정도시가 걸림돌이 되는지 미리 판단해 수정안을 내놓았다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렸을지 모른다"며 "지금 와서 원안을 부인하면 정부의 권위와 신뢰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찬 고려대 교수는 "국가정책의 신뢰성 유지는 중요한 국가의 보이지 않는 사회적 인프라로 이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 전체를 운영하는 시각에서 행정 효율성만 갖고 세종시 건설을 변경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정의 비효율성

이기우 인하대 교수는 "세종시 문제의 본질은 2002년 대선 전략으로서 충청도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적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우선 균형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부 청사를 이전한다고 하더라도 1만명 정도의 공무원이 관련 있고 그 공무원들도 이사를 택하기보다는 수도권에서 출퇴근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전영평 대구대 교수는 "세종시는 대학 · 산업단지 등 자족용지 비율이 6.7%에 불과해 고용 창출 및 인구 유입이 제한적"이라며 "제2 경부고속도로 등으로 인해 서울과의 접근성이 높아져 심야 · 주말에는 유령도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앙정부 분할에 따른 비효율성 문제도 제기됐다. 이기우 교수는 "서울과 대전,세종시 간의 공무원들의 빈번한 이동과 함께 정부 부처 간 거리로 인한 시간과 자원의 낭비로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최막중 서울대 교수는 "원안 추진에 따른 가장 큰 국가적 비용 중 하나는 국가 중추관리 기능의 양분으로 인해 국가위기 관리 능력이 떨어지고 국정 운영의 비효율이 발생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이 약해지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시 대안은?

최 교수는 "세종시가 인구 50만명의 자족도시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그 중심 기능을 행정이 아닌 다른 기반 산업에서 찾아야 한다"며 첨단 과학기술 도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건설을 공약했는데 그 입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세종시의 넓은 토지를 활용하면 중이온가속기를 설치할 수 있고 각종 R&D 및 이와 연관된 제조업도 수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시 주변에는 대전의 대덕연구단지와 KAIST,충북의 오창 · 오송 산업단지 등이 위치하고 있는 만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면 충청권이 과학기술의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정부 분할 방식의 도시건설 패러다임을 조속히 수정하고 세종시를 미래 지향형 첨단산업 및 교육 · 연구과학도시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