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회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희롱에 대한 관념 자체가 없다. "

북한 인권문제를 연구하는 학자와 시민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북한인권시민연합'은 19일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앰네스티인터내셔널'과 공동으로 북한인권 보고서를 발표했다. 주한 외교관 약 25명이 참석한 이날 발표회는 오는 12월 제네바에서 열릴 유엔인권이사회의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한 정례 검토 회의를 앞두고 사전에 각국 외교관계자들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열렸다.

보고서는 여성에 대한 정절과 순종 같은 전통적 가치가 남아 있는 가운데 군복무처럼 각종 부담에서만 남녀평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은 식량배급량 등에서도 차별을 받을 뿐 아니라 경제난으로 생활전선에 내몰리는 상황에서 "여자는 바지도 입지 말고,자전거도 타지 마라"는 비이성적인 국가의 간섭으로 이중 · 삼중의 차별을 받고 있는 구조라고 전했다.

시민연합 측은 특히 "북한을 탈출하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한 여성들에 대해선 구타,감금,강제낙태,강제노동 등의 비인권적 처사가 가해지고 있다"며 "가정과 사회에서 북한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희롱이 만연하고 있으며 그런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조차 없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탈북자 김운혜씨는 "중국으로 탈북했다가 끌려 들어간 수용소에서 하루에도 5~6명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여성을 화장실로 끌고가 벗겨놓고 온몸에 파리떼가 달라붙게 하는 비인간적 고문행위도 자행됐다"고 증언했다.

보고서는 아동인권과 관련,"북한은 평등한 교육기회 제공이라는 정치선전과 대조적으로 출생 신분에 따른 엘리트 교육이 이뤄지고 있어 재능이 있더라도 청소년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어린 학생들도 대형 벌목장에 끌려가 나무베기에 동원되는 등 아동인권이 사실상 부재한 상태"라며 "청소년 문맹률도 매우 높은 데다 아이들은 사회 부패 때문에 의료시스템의 혜택을 거의 못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