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한때 범행을 저질러 감옥에 갇힌 10대들이 입던 옷이 유행했다. '감옥살이'로 불렸던 이 패션은 불량청소년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다. 일부는 옷뿐 아니라 범행까지 따라했다. 친구가 수감되면 일부러 죄를 짓고 감옥에 들어가는 식이다. 이 때 범행은 더 잔인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휴스턴에서 친구들과 함께 소녀 두 명을 성폭행하고 목졸라 살해한 소년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제서야 거물이 됐다. "

청소년 범죄의 모방적 · 충동적 특징을 보여주는 사례다. 영화 게임 TV 등의 영향으로 폭력에 대한 거부감이 희석된데다 무관심 속에 방치된 아이들이 많아진 게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도 강건너 불구경하듯 할 처지가 아닌 것 같다. 이달 초 10대 네 명이 친구 어머니를 상대로 강도짓을 하더니 이번엔 보호감호시설에서 탈출한 15세 안팎의 소녀들이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를 신고했다며 친구를 건물 난간에서 밀어 숨지게 해 충격을 주었다. 게다가 청소년 범죄 증가속도가 너무 빨라 우려를 더한다. 대검찰청의 '2009 범죄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범죄혐의로 적발된 19세 이하 소년범은 13만4992명으로 2007년의 8만8104명보다 무려 1.5배나 늘어났다. 살인 강도 강간 상해 등 강력범도 3만7083명으로 급증하면서 흉포화 경향도 두드러지는 추세다.

20세 미만의 청소년은 죄를 지어도 성인과는 달리 취급된다. 어른이 돼서까지 범법자로 낙인찍히는 것을 막기 위해 죄목과 심판과정을 비밀로 하는 게 보통이다. 여기엔 뚜렷한 이유 없이 반항하고 일탈하려는 게 청소년의 특징인 만큼 사회가 관대해야 한다는 의도가 담겼다. 청소년 행형(行刑) 정책이 징벌보다는 계도 쪽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특히 10~14세 미만의 비행은 범법(犯法)이 아니라 촉법(觸法 · 법에 저촉됨)이란 조심스러운 표현을 쓴다.

문제는 이 같은 계도가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행 청소년의 상당수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데다 재범률도 높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가 공유할 만한 가치관이 없고,중 · 고 · 대학교 입학이란 난관을 통과해야 하는 것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청소년 범죄는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 성장과정의 일부로 본다. 바로 키우지 못하면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입시제도를 바꾸든,수업 방식을 개선하든 또래들과 어울려 운동이나 취미를 즐기는 시간을 늘려주고 대화를 자주 갖는 것 외엔 별 해법이 없다니 답답하기만 하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