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中 진출한 혼다 '짝퉁 브랜드'와 손잡은 까닭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창조경영'에도 공식이 있다
"같은 곳에 머물지 않으려면 전력을 다해서 뛰어야 한단다. 적어도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뛰어야 해."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레드 퀸은 "열심히 뛰는데 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느냐"는 앨리스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레드 퀸은 바삐 달리고 있지만 바깥 환경 또한 그만큼 빨리 달라진다. 이 때문에 레드 퀸은 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
◆'레드 퀸 효과'를 극복하려면
이 같은 현상은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후발 업체들은 선두 업체를 따라잡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선두 업체가 후발 업체를 기다려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업계 순위를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선두 업체와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를 거는 것.최근 들어 기업들이 내건 슬로건에 '창조'와 '창의'라는 단어가 부쩍 자주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든 요즘에는 선발 업체들도 똑같은 고민을 한다. 불황을 기점으로 경쟁구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불량률을 낮춰 기존 생산시설로 최대의 효과를 올리는 '6시그마'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대신 창조적 문제해결 방법론 '트리즈'가 각광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삼성 LG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트리즈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트리즈 이론에 근거,기업들이 당면한 문제의 본질을 진단하고 해결해주는 전문 컨설팅사까지 등장한 상태다.
트리즈는 러시아 학자 겐리히 알츠슐러가 1946년부터 17년 동안 러시아 특허 20만건을 분석해 만든 40가지의 문제해결 공식이다. 이 이론은 제품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순 중 가장 근본적인 것을 찾아내 시스템을 통해 이를 통째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다른 경영혁신 이론과는 구분된다. 최근 트리즈는 단순한 제품개발뿐 아니라 기업 경영 전반의 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창의적인 문제해결 공식
일본 혼다는 트리즈 이론을 이용,업계의 룰을 바꾼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1980년대 초반 중국 오토바이 시장에 진출,1년 만에 현지 시장의 20%를 장악했다. 복병은 중국 현지 업체였다. 혼다와 똑같은 '짝퉁 제품'을 3분의 1 가격에 내놓으면서 시장 질서를 흔들기 시작한 것.이른바 '홍다(Hongda)'로 불렸던 중국 짝퉁 오토바이의 힘은 예상보다 막강했다. 혼다의 시장점유율이 3%대까지 내려앉았다. 중국에 맞는 저가 오토바이가 필요했지만 생산비용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었다. 혼다는 고민 끝에 근본적인 문제(짝퉁회사)를 역이용하기로 결정했다. 복제 오토바이 부품을 만드는 현지 업체 '신다로'와 5 대 5 합작회사인 '신다로 혼다'를 만든 것.합작사가 개발한 저가 소형 오토바이 '웨이브'는 2007년에만 117만대가 팔려나갔다. 혼다가 사용한 트리즈 공식은 '포개기(짝퉁 회사의 생산시설 이용)','역방향(짝퉁을 막기보다 제휴를 선택)','분리(대형과 소형 오토바이 사업을 나눠 진행)' 등이었다.
P&G가 개발해 단일 품목으로 1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치아미백제 '화이트 스트립'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 사례다. 기존 치아미백제 제조업체들은 약효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 · 개발(R&D)을 진행했지만 P&G는 달랐다. 약효보다는 이빨에 끼우는 틀에 미백제를 발라 8시간 동안 끼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판단한 것이다. 연구팀은 피부에 붙이는 금연패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빨에 붙이고 다닐 수 있는 반투명 반창고형 치아미백제를 개발했다. 트리즈 이론에서 X축과 Y축을 바꾸는 '차원변경' 기법을 활용한 것이다.
사이먼 리트빈 젠3 부사장은 이달 초 열린 포스코 초청 강연에서 '트리즈적 사고'를 면도기 산업에 빗대 설명했다. "잘 깎이고 안전하다는 것을 강조해봐야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슈퍼마켓에 나와 있는 모든 제품이 이 두 기준을 만족한다. 업계를 뒤흔들려면 매일 면도를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도전해야 한다. 피부 속 수염을 잡아당겨 깎는 방법으로 면도를 이틀이나 일주일에 한 번 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온다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 것이다. "
◆삼성전자 특허 실적의 비밀
국내에서도 트리즈 이론을 활용하는 곳이 늘고 있다. 주로 R&D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이 기법이 동원된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1999년부터 트리즈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다. 양문형 냉장고와 홈바를 연결하는 스테인리스 재질 연결장치의 비싼 원가 문제를 아예 연결장치를 없애는 방법으로 해결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의 특허 전략도 트리즈와 연계돼 있다. 미국 특허국 자료를 40개 트리즈 공식과 연결해 재정리한 후 이를 미국 특허 신청에 십분 활용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IBM에 이어 미국 내 특허 출원 건수 2위를 달리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레드 퀸 효과'를 극복하려면
이 같은 현상은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후발 업체들은 선두 업체를 따라잡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선두 업체가 후발 업체를 기다려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업계 순위를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선두 업체와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를 거는 것.최근 들어 기업들이 내건 슬로건에 '창조'와 '창의'라는 단어가 부쩍 자주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든 요즘에는 선발 업체들도 똑같은 고민을 한다. 불황을 기점으로 경쟁구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불량률을 낮춰 기존 생산시설로 최대의 효과를 올리는 '6시그마'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대신 창조적 문제해결 방법론 '트리즈'가 각광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삼성 LG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트리즈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트리즈 이론에 근거,기업들이 당면한 문제의 본질을 진단하고 해결해주는 전문 컨설팅사까지 등장한 상태다.
트리즈는 러시아 학자 겐리히 알츠슐러가 1946년부터 17년 동안 러시아 특허 20만건을 분석해 만든 40가지의 문제해결 공식이다. 이 이론은 제품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순 중 가장 근본적인 것을 찾아내 시스템을 통해 이를 통째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다른 경영혁신 이론과는 구분된다. 최근 트리즈는 단순한 제품개발뿐 아니라 기업 경영 전반의 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창의적인 문제해결 공식
일본 혼다는 트리즈 이론을 이용,업계의 룰을 바꾼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1980년대 초반 중국 오토바이 시장에 진출,1년 만에 현지 시장의 20%를 장악했다. 복병은 중국 현지 업체였다. 혼다와 똑같은 '짝퉁 제품'을 3분의 1 가격에 내놓으면서 시장 질서를 흔들기 시작한 것.이른바 '홍다(Hongda)'로 불렸던 중국 짝퉁 오토바이의 힘은 예상보다 막강했다. 혼다의 시장점유율이 3%대까지 내려앉았다. 중국에 맞는 저가 오토바이가 필요했지만 생산비용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었다. 혼다는 고민 끝에 근본적인 문제(짝퉁회사)를 역이용하기로 결정했다. 복제 오토바이 부품을 만드는 현지 업체 '신다로'와 5 대 5 합작회사인 '신다로 혼다'를 만든 것.합작사가 개발한 저가 소형 오토바이 '웨이브'는 2007년에만 117만대가 팔려나갔다. 혼다가 사용한 트리즈 공식은 '포개기(짝퉁 회사의 생산시설 이용)','역방향(짝퉁을 막기보다 제휴를 선택)','분리(대형과 소형 오토바이 사업을 나눠 진행)' 등이었다.
P&G가 개발해 단일 품목으로 1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치아미백제 '화이트 스트립'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 사례다. 기존 치아미백제 제조업체들은 약효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 · 개발(R&D)을 진행했지만 P&G는 달랐다. 약효보다는 이빨에 끼우는 틀에 미백제를 발라 8시간 동안 끼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판단한 것이다. 연구팀은 피부에 붙이는 금연패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빨에 붙이고 다닐 수 있는 반투명 반창고형 치아미백제를 개발했다. 트리즈 이론에서 X축과 Y축을 바꾸는 '차원변경' 기법을 활용한 것이다.
사이먼 리트빈 젠3 부사장은 이달 초 열린 포스코 초청 강연에서 '트리즈적 사고'를 면도기 산업에 빗대 설명했다. "잘 깎이고 안전하다는 것을 강조해봐야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슈퍼마켓에 나와 있는 모든 제품이 이 두 기준을 만족한다. 업계를 뒤흔들려면 매일 면도를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도전해야 한다. 피부 속 수염을 잡아당겨 깎는 방법으로 면도를 이틀이나 일주일에 한 번 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온다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 것이다. "
◆삼성전자 특허 실적의 비밀
국내에서도 트리즈 이론을 활용하는 곳이 늘고 있다. 주로 R&D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이 기법이 동원된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1999년부터 트리즈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다. 양문형 냉장고와 홈바를 연결하는 스테인리스 재질 연결장치의 비싼 원가 문제를 아예 연결장치를 없애는 방법으로 해결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의 특허 전략도 트리즈와 연계돼 있다. 미국 특허국 자료를 40개 트리즈 공식과 연결해 재정리한 후 이를 미국 특허 신청에 십분 활용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IBM에 이어 미국 내 특허 출원 건수 2위를 달리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