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다. 인간은 음식을 쟁취하기 위해 영토를 넓히고,먹을거리를 확보하는데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듯 음식은 인간의 생존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으니,음식의 역사가 곧 인류의 역사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강대국에 속하는 나라들은 모두 음식 강국이다. 중국,프랑스는 물론 파스타의 나라 이탈리아,스시의 세계화를 추구하고 있는 일본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웰빙의 영향으로 에스닉 푸드가 부상하면서 태국,베트남,인도 등도 세계화의 대열에 합류하며 자국 음식의 세계화를 부르짖고 있다.

전 세계에 산재한 일본 음식점은 '젓가락 문화'를 팔면서 일본 음식을 고급음식으로 인식시켜왔다. 음식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일본 음식은 국가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파리시에는 일본 음식점이 성업 중이다. 파리 한복판인 생탄(Sainte-Anne)거리가 '일본 구역'으로 불릴 정도로 일식 붐이 대단하다고 한다. 이에 파리 시민들이 청원서를 내며 보이지 않는 양국 간의 식문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자국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세계를 점령한 미국 가공식품 업체들도 프랑스에서는 서지 못했고 버거킹은 이미 10년 전에 프랑스에서 철수했다. 프랑스가 이토록 자국 음식을 보호하고 밖으로 진출시키는 노력을 하는 이유는 경제적,문화적 가치 창출 때문이리라.음식의 세계 진출은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뿐 아니라 그 나라의 이미지를 상승시키는 등 문화적 효과도 크다.

이러한 세계 음식 전쟁 속에서 우리 한식 세계화의 현 주소를 들여다봤다. 언젠가 미국에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을 만나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 그는 "현지인들이 한식당이 어디에 있고 어떤 메뉴가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한식당을 체계적으로 소개해 놓은 가이드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은 해외 한식당에서 외국인용 가이드 북이 많이 없는 게 현실이지만 올해 정부에서 한식세계화를 위한 첫발을 내딘 만큼 순차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가이드 북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요소에서 '디테일한 힘'을 살려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현지화된 레시피와 맛뿐만이 아니라 세련된 디자인과 정성을 담은 서비스,한국미를 담은 미소도 성공요소가 된다. 또 현장 근로자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주면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운영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항목들을 놓고 필자는 풍년을 만드는 농부의 마음처럼 끊임없는 노력으로 정부와 온 국민의 힘이 결합되어야 우리 한식이 세계시장에서 꽃을 피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식의 우수성이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국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그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김순진 < 놀부NBG 회장 kimsj@nolbo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