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 '근로자 생애최초 특별공급' 첫날 약 1만명의 신청자가 몰리면서 경쟁률이 평균 3.5 대 1을 기록했다.

20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강남 세곡,서초 우면,고양 원흥,하남 미사지구에서 총 2852채가 나온 생애최초 특별공급에 9979명이 신청했다. 강남(세곡)지구가 281채 모집에 4135명이 접수해 14.7 대 1,서초(우면)지구는 172채 공급에 2172명이 청약해 12.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고양 원흥은 507채 배정에 1029명,하남 미사는 1892채 모집에 2643명이 각각 신청했다.

생애 최초 특별공급은 22일까지 신청을 받아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린다.

◆판교 이후 최대 청약전쟁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3자녀 등 이전의 특별 · 우선공급보다 대상자가 훨씬 많아 '보금자리 로또' 청약전쟁이 시작되는 분기점이 됐다. 2006년 판교 청약 이후 다시 '큰장'이 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판교 분양에선 중소형 아파트 9428채에 보름 동안 46만명이 넘는 수요자들이 청약신청을 했다. 보금자리주택 생애최초 공급은 22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어서 적어도 강남 세곡지구는 20 대 1의 경쟁률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한국토지주택공사는 4만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도록 인터넷 서버를 증설,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생애최초 대상자 의외로 많아

이날 오전 현장접수처인 서울 등촌동 KBS 88체육관에서 만난 청약신청자들은 한결같이 들뜬 표정이었다. 모두 "영영 내집을 마련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청약기회를 잡아 너무 행복하다"며 설레는 마음을 가누지 못했다. 청약저축 가입연수가 7년 이하로 짧아 순차제로 당첨 여부를 가리는 공공분양주택에선 내집마련 꿈을 꾸지 못했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생애최초 물량에 청약하려면 월소득이 311만원 이하(4인가족 기준)여야 한다. 하지만 대상자들은 예상밖으로 많았다. 정장을 깨끗하게 차려입은 이관영씨(47 · 서울 화곡동)는 "개인사업이 잘 안 돼 조그만 항공화물 물류업체에 직장을 구했다"며 "과학보조교사를 하는 아내 소득과 합해도 월 300만원이 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상원 토지주택공사 사업지원팀장은 "청약과정을 지켜보면서 갈수록 중산층이 엷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보금자리주택을 잘만 공급하면 다시 중산층을 묶어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양천구 목동7단지 66㎡형에서 전세를 사는 곽호정씨(37)는 인터뷰 도중 눈시울을 붉혔다. 구미 출신의 곽씨는 2000년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인 현대전자 생산기술파트에 입사했지만 현대전자가 구조조정되면서 어려운 시절을 보내야 했다. 벤처기업에 다시 둥지를 튼 곽씨는 그러나 집 살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는 "강남에 3.3㎡당 1100만원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보금자리주택 정책은 박수쳐줄 만하다"고 말했다.

◆강남권 신청자가 압도적 우위

이날 청약에선 서울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지구에 압도적으로 많은 신청자들이 몰렸다.

전체 청약자의 63%인 6307명이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지구에 청약서류를 접수시켰다. 소득수준은 낮지만 강남에서도 3.3㎡당 1150만원대에 공급되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심리가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론 2차지구(강남 세곡2,서초 내곡) 등에서 계속 강남권 물량이 나올 예정이어서 이번에 당첨되지 않더라도 계속 강남을 고집하는 일종의 '소신 지원'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장규호/노경목 기자 danielc@hankyung.com


◆근로자 생애최초 특별공급제도=성실하게 납세의무를 다하면서도 청약저축 가입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젊은층 주택수요자를 위해 이번에 처음 마련한 제도.과거 집을 가진 적이 없으면서 청약저축액이 600만원 이상인 저소득층(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의 80% 이하 소득자)이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