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전국에서 2만4000여채의 새 아파트가 집들이를 한다. 특히 이들 새 입주 아파트는 집 없는 세입자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 들어 전셋값이 계속 들먹거리면서 불안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새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면 단기적인 공급 과잉으로 입주 단지는 물론 주변 전셋값까지 하향 안정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세입자들에게는 저렴한 값에 전셋집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경기권 1만6400여채로 최대

부동산 전문 포털 부동산1번지(www.r1.co.kr)에 따르면 11월 입주를 시작하는 아파트(주상복합 포함)는 전국적으로 총 50개 단지에 2만4066채에 이른다. 이는 10월(1만9553채)에 비해 4513채 늘어난 물량이다.

권역별로는 수도권에서 총 1만8367채가 입주를 시작한다. 다음 달 전국 입주 아파트의 76.3%로 10월(1만1783채)에 비해서도 6584채 늘어난 물량이다.

수도권의 경우 경기도가 1만6495채로 가장 많다. 이어 서울 1458채,인천 414채 등이다. 서울과 인천은 전달 대비 물량이 감소한 반면 경기지역은 크게 늘었다.

특히 경기도는 집을 헐고 새로 지은 재건축 대단지 등이 많아 전월 대비 85%나 늘어났다. 2004년 11월(1만8212채)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반면 서울은 전달 대비 899가구 감소한 1458채가 입주한다. 대단지가 없고 단지 수도 6곳에 불과하다. 주로 강북지역에 있는 500채 미만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많다는 게 특징이다. 대부분 단지가 99㎡(30평형)대 이상 중대형 주택으로 이뤄져 소형을 선호하는 전세 수요자들의 전세난이 가중될 가능성도 크다.

서울 성동구 행당4구역을 재개발한 행당두산위브에 일부 중소형 물량이 있지만 그나마 49㎡짜리는 영구임대 아파트여서 소형 전세물량이 적은 편이다. 가을 이사철 막바지에 서울지역 입주 아파트가 적어 물량 부족이 예상되는 만큼 경기도 입주 단지 가운데 교통여건 등이 편리한 곳으로 눈을 돌려볼 만하다.

인천 역시 새 입주 아파트가 전달보다 97채 줄어든 414채에 불과한 만큼 세입자들은 내년 5월 이후 입주하는 인천 청라지구 등을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

지방권에서는 10월(7770채)에 비해 2071채 감소한 5699채가 입주할 예정이다. 대구,경남 등 영남권 입주 단지가 많고 전북과 충남권에서도 일부 단지가 입주한다.


◆수도권 대단지 주목해볼 만

입주 물량이 풍부한 경기도 지역에 눈에 띄는 단지들이 몰려 있다. 의왕시 내손동 주공1 · 2단지를 재건축한 포일자이는 단지 규모가 2540채에 이르는 매머드급이다. 건물 동수만 38개에 이를 정도로 11월 입주 단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평촌신도시와 맞붙어 있어 신도시 내 각종 기반시설이나 편의시설을 이용하기 수월하다.

주택 크기도 82~204㎡까지 다양하다. 농수산물도매시장,롯데마트,한림대성심병원 등 생활편의시설과 백운초 · 중 · 고,신성중 등 교육시설이 가깝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평촌IC가 가까워 주변 도시로 이동하기 편리하다. 다만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까지 승용차나 마을버스로 10분 이상 걸려 도보로 이용하기 쉽지 않다는 게 흠이다.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에 들어서는 래미안 · 자이도 2070채에 이르는 대단지여서 관심을 끈다. 철산 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아파트로 주택 크기도 82~198㎡까지 다양하다. 지하철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과 7호선 광명역이 걸어서 10~15분 거리에 있어 서울 출퇴근이 수월하다. 철산 · 하일초등학교,철산여중,하안중,진성고 등이 가깝고 광명성애병원,로얄종합상가,한신코아 등의 편의시설을 이용하기 수월한 편이다.

판교신도시에서도 휴먼시아 아파트가 다음 달 입주한다. 2개 단지에 911채 규모다. 2011년 하반기 개통 예정인 신분당선 판교역까지 걸어서 5분 거리다. 낙생초,낙생고 등이 가깝다. 남양주 가운지구,진접지구에서도 입주 아파트가 제법 많다.

서울에서는 성동구 행당동 행당두산위브가 눈에 띈다. 행당4구역을 재개발해 들어서는 행당두산위브는 82~142㎡ 규모의 465채로 이뤄져 있다. 지하철 5호선 행당역까지 걸어서 3분 걸리는 역세권 아파트다. 행당초등,무학여중,무학여고,성동고 등이 가깝고 GS마트,한양대부속병원 등의 생활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임대계약시 유의시항

새 입주 아파트에 전세를 얻을 때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 무엇보다 전세계약을 맺기 전에는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최근 신규 입주 아파트는 분양가의 50~60% 정도 대출을 안고 있는 집주인들이 많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분양 당시 중도금 무이자 대출이나 이자 후불제 등을 적용한 단지가 많았던 탓이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나중에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거나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대출금과 전세금을 합쳐 주변 시세의 70%를 넘지 않는 집을 구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대출을 많이 안고 있는 집에 세 들어 갈 때는 계약서에 전세금으로 대출금 일부를 상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다는 것도 안전한 방법이다. 이사와 동시에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두는 것은 기본이다. 가압류나 가등기가 설정돼 있는 집은 가급적 피하는 게 상책이다. 경매에 부쳐질 경우 자칫 보증금 일부를 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입주 후 2년 뒤 전세계약을 갱신할 때에 대비한 자금계획을 세워두는 것도 중요하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는 "최근 서울 잠실지역처럼 새 아파트의 경우 1~2년이 지나면 정상가격으로 회복돼 전셋값도 오르게 마련"이라며 "특히 중 · 고등학생 자녀를 둔 세입자는 교육문제 때문에 자주 이사하기 쉽지 않은 만큼 2년 뒤의 자금 여건까지 감안해 전셋집을 구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