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구 칼럼] 달러 캐리 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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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가 풍성해졌다. 큰 폭의 무역흑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주식과 채권을 사려는 자금도 계속 들어오고 있어서다. 올 들어 외국인들의 증권 순매입 규모는 62조원에 이른다. 어림잡아 500억달러에 달하는 돈이다. 주식 40%,채권 60% 정도의 투자 비율이다. 툭하면 나돌던 위기설도 자취를 감췄다. 금융위기 1년 만에 대반전이 이뤄진 셈이다.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채권)을 열심히 사들이는 것은 호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증시가 FTSE선진국지수에 편입된 점,원화가치가 오름세를 타고 있는 점 등을 그런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꺼림칙한 구석이 없지 않다. 요즘 밀려드는 자금은 대부분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으로 추정되는 까닭이다. 금리가 싼 미국의 달러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통화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나라에 투자하는 자금이다. 투기성 자금인 핫머니 성격이 짙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이 사실상 제로금리를 이어가고 있고,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 지위에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달러 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게 주요 배경이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막대한 규모의 달러 캐리 자금이 세계 금융시장에 흘러다니고 있고 최근 아시아 증시를 강하게 밀어올린 추진력도 바로 이런 자금이라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한때 1000선을 하회했던 코스피지수가 1600대까지 뛰어오른 것도 이에 크게 힘입은 것임은 물론이다.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엔 캐리 자금이 세계 자산 가격을 밀어올렸지만 이제는 달러 캐리 자금이 그 역할을 대체한 셈이다.
문제는 쏟아져 들어오는 핫머니가 원화 가치를 빠르게 밀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원 · 달러 환율은 달러당 1160~1170원대를 오르내린다. 연중 최고치였던 3월 초에 비해 30% 이상 급등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기업 경쟁력이 큰 타격을 받고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둔화될 것은 자명한 이치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몰려든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며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초래되는 경우다. 지난해 26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갖고서도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렸던 게 우리 경제의 실상이고 보면 핫머니 유출입에 따른 파장은 결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대단히 불투명하다. 지금은 경제 상황이 워낙 심각한 탓에 미국이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건이 나아지면 언제든 금리를 올릴 수 있다. 경상적자 재정적자 등 쌍둥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해외로부터의 자금유입이 필요하다는 측면을 고려해도 제로금리 상태를 장기간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더블 딥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또한 기축통화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달러화가 대거 빠져 나갈 수 있다.
따라서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는 일이다. 9월 말 현재 2542억달러로 늘었지만 아직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핫머니가 대거 유입되고 있는 지금은 외환보유액을 늘릴 호기다.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여 환율 급변을 막는 것이 수출에의 타격을 줄이고 보유 외환도 확충하는 효과로 연결되는 까닭이다. 브라질이 외국인 증권투자에 2%의 거래세를 부과하는 등 각국이 핫머니 때문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고 보면 적절한 수준의 시장 개입은 국제적으로도 용인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조건이 나쁜 대외채무를 조기에 상환하거나,조건이 나은 것으로 대체하는 데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로 인해 달러 조달에 여유가 생긴 지금이야말로 다시 금융위기가 와도 흔들리지 않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수석논설위원 bklee@hankyung.com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채권)을 열심히 사들이는 것은 호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증시가 FTSE선진국지수에 편입된 점,원화가치가 오름세를 타고 있는 점 등을 그런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꺼림칙한 구석이 없지 않다. 요즘 밀려드는 자금은 대부분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으로 추정되는 까닭이다. 금리가 싼 미국의 달러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통화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나라에 투자하는 자금이다. 투기성 자금인 핫머니 성격이 짙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이 사실상 제로금리를 이어가고 있고,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 지위에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달러 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게 주요 배경이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막대한 규모의 달러 캐리 자금이 세계 금융시장에 흘러다니고 있고 최근 아시아 증시를 강하게 밀어올린 추진력도 바로 이런 자금이라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한때 1000선을 하회했던 코스피지수가 1600대까지 뛰어오른 것도 이에 크게 힘입은 것임은 물론이다.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엔 캐리 자금이 세계 자산 가격을 밀어올렸지만 이제는 달러 캐리 자금이 그 역할을 대체한 셈이다.
문제는 쏟아져 들어오는 핫머니가 원화 가치를 빠르게 밀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원 · 달러 환율은 달러당 1160~1170원대를 오르내린다. 연중 최고치였던 3월 초에 비해 30% 이상 급등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기업 경쟁력이 큰 타격을 받고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둔화될 것은 자명한 이치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몰려든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며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초래되는 경우다. 지난해 26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갖고서도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렸던 게 우리 경제의 실상이고 보면 핫머니 유출입에 따른 파장은 결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대단히 불투명하다. 지금은 경제 상황이 워낙 심각한 탓에 미국이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건이 나아지면 언제든 금리를 올릴 수 있다. 경상적자 재정적자 등 쌍둥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해외로부터의 자금유입이 필요하다는 측면을 고려해도 제로금리 상태를 장기간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더블 딥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또한 기축통화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달러화가 대거 빠져 나갈 수 있다.
따라서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는 일이다. 9월 말 현재 2542억달러로 늘었지만 아직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핫머니가 대거 유입되고 있는 지금은 외환보유액을 늘릴 호기다.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여 환율 급변을 막는 것이 수출에의 타격을 줄이고 보유 외환도 확충하는 효과로 연결되는 까닭이다. 브라질이 외국인 증권투자에 2%의 거래세를 부과하는 등 각국이 핫머니 때문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고 보면 적절한 수준의 시장 개입은 국제적으로도 용인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조건이 나쁜 대외채무를 조기에 상환하거나,조건이 나은 것으로 대체하는 데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로 인해 달러 조달에 여유가 생긴 지금이야말로 다시 금융위기가 와도 흔들리지 않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수석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