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에서 개막한 제41회 도쿄 모터쇼는 '기름값 제로'의 시대가 멀지않음을 보여줬다. 도요타 등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은 순수 전기로만 움직이는 자동차를 집중 전시했다. 시속 100㎞로 달릴 수 있는 전기차(도요타),오토바이처럼 앞뒤로 2명이 타는 전기차(닛산),경차보다 작은 초미니 전기차(혼다) 등이 중앙 무대를 차지했다.



엔진 모터쇼? 전기 모터쇼!

닛산의 2인승 초소형 전기차 '랜드 글라이더'(컨셉트 모델)는 현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모터사이클처럼 앞뒤로 앉을 수 있는 형태로 길이 3.1m,폭 1.1m에 불과하다.

나카지마 다카시 닛산 프로젝트 디자인 디렉터는 "껍질에 싸인 누에고치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라고 소개했다. 비접촉시 충전 시스템을 탑재한 것도 특징이다. 지정 장소에 정착만 하면 무선으로 충전이 가능하다. KAIST가 연구중인 온라인 전기차와 비슷한 충전 방식이다.

도요타는 'FT-EVII'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1회 충전으로 90㎞까지 운행할 수 있고,최고 속도는 시속 100㎞다. 4인승이지만 길이가 2.73m로 신형 마티즈(3.59m)보다 훨씬 작다. 엑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페달이 사라지고,마치 게임기처럼 조이스틱으로 가속과 정지를 할 수 있다.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drive-by-wire)' 기술을 적용한 덕분이다.

상대적으로 전기차에 열의를 덜 보였던 혼다도 차세대 전기차 컨셉트 모델인 'EV-N'을 선보였다. 솔라(태양광) 패널을 지붕에 얹어 배터리를 이용하지 않고도 에어컨 등 전장품을 구동할 수 있다. 이토 다카노부 혼다 사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2015년부터 전기차를 양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카와 순수 전기차의 중간격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전기 모터를 주 동력으로 사용하고,내연 엔진은 배터리 충전용으로만 작동)도 대거 출품됐다. 미쓰비시가 세계 최초로 공개한 'PX-MiEV'(컨셉트 모델)는 5인승에 4륜 구동 시스템을 갖췄다. 한 번 충전으로 48㎞까지 달릴 수 있다. 1ℓ로 55㎞를 주행하는 도요타의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컨셉트 모델도 주목을 받았다. 200V를 사용하면 100분이면 충전이 가능하다.



한층 빨라진 전기차 시대

현대 · 기아자동차 등 해외 기업들이 불참한 가운데 '일본 업체만의 잔치'로 전락하긴 했지만 이번 도쿄 모터쇼는 일본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여과없이 보여줬다. 핵심 키워드는 '전기'다. 일본 업체들이 이처럼 전기자동차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관련 인프라의 기초가 가장 튼튼해서다.

리튬이온 전지에 들어가는 전극재,절연재 등 핵심 네 가지 재료의 전 세계 생산량 가운데 80%를 일본 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일본 내수 시장이 '저(低)연료 차량'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도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전기자동차에 '올인'하는 이유다.

일본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판매 상위 10개 차량 모두가 정부 보조금을 받거나,세금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제품이었다. 혼다 인사이트,도요타 프리우스 등 하이브리드카는 몇달째 판매 1위를 다투고 있다.

이번 도쿄 모터쇼엔 총 261대가 출품됐다. 세계 최초로 공개한 모델만 39개에 이른다. 이번 모터쇼는 다음달 4일까지 계속된다.

지바(일본)=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