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가격만이 아니라 지구 환경과 미래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따져 제품을 구매해야 합니다. "

'환경 전도사'로 변신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한국경제신문이 주관하는 '2009 저탄소 녹색성장 박람회'의 부대행사로 21일 경기도 수원 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3회 녹색구매 세계대회'에서 '녹색구매를 통한 기후변화의 극복'이란 주제의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간이 지구 생태환경에 지금처럼 악영향을 미친 적이 없었다"며 미래세대를 위한 '녹색구매'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녹색구매'는 제품의 생산과 유통,소비,처분 등 전 단계에서 가능한 한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인체와 자연에 영향이 적은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 기업 개인 NGO(비정부기구)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 고어 전 부통령의 주장이다. 그는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앞으로는 원자재 선택이나 부품 공급 때 등 모든 과정이 환경 기준을 통과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녹색구매는 기업에 많은 기회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노던텔레콤 사례를 들었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는 CFC(염화플루오르화탄소 · 프레온)가 오존층 파괴물질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 업계 최초로 사용 중단을 선언했다. 연구진은 처음엔 CFC를 대체할 방법을 찾지 못해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CEO가 밀어붙이자 전체 프로세스를 아예 친환경적으로 새롭게 짜는 데 성공했다.

이는 업계 전체의 표준이 됐다. 고어 전 부통령은 "CEO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니까 회사 수익성이 좋아지고 직원들의 자부심,고객들의 충성도도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경기 후퇴와 높은 실업률,페르시아만 연안의 석유 전쟁 등 세계적인 문제들 역시 "탄소 연료에 너무 집착했기 때문"이라며 무탄소연료와 태양열 풍력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대회에는 인터넷 환경만화 '고그린맨'으로 유명한 어린이 환경운동가 조나단 리,콘라드 짐머만 자치단체국제환경협의회(ICLEI) 사무총장,료이치 야마모토 국제녹색구매네트워크(IGPN) 회장,정래권 외교통상부 기후변화대사 등 국내외 환경전문가 1500여명이 참가했다.

수원=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