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금융사의 실적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등은 투자은행(IB) 영업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반면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은 소비자금융 부문의 손실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21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모건스탠리는 IB 부문 수수료 수입 증가 덕분에 7억5700만달러의 순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1년 만에 분기 기준 흑자전환했다. 이에 앞서 지난주 실적을 공개한 골드만삭스는 31억9000만달러의 분기 순익을 냈다. 작년 같은 기간의 순익(8억4500만달러)을 크게 넘어선 것으로 IB 부문과 증권거래 중개가 호조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35억9000만달러의 3분기 깜짝 순이익을 발표한 JP모건체이스도 주로 채권중개 부문에서 수익을 거뒀다. JP모건 채권 부문 수익은 50억달러에 달했다. 반면 상업은행 부문인 신용카드 부문에선 7억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주식 및 채권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데다 인수 · 합병(M&A) 시장도 회복세여서 앞으로도 월가 금융사가 이 분야에서 상당한 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사실상 제로금리로 조달한 자금으로 유가증권 등에 투자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챙긴 것으로 분석된다. 월가 금융사들이 저금리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반면 소비자금융 비중이 높은 씨티그룹과 BOA는 대출 부실에 따른 손실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씨티그룹은 신용카드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연체 증가로 적자를 냈다. 비크람 팬디트 씨티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금융 부문에서 3분기 80억달러의 손실을 냈다"고 말했다. 이로써 씨티는 지난해 이후 총 420억달러의 누적손실을 보였다. BOA의 실적 악화도 모기지 신용카드 등 대출의 60%를 차지하는 소비자금융 부문에서 부실이 커진 탓이다.

한편 이날 웰스파고는 3분기 32억4000만달러의 순익을 냈다고 발표했지만 부실 채권 우려가 제기되면서 장 후반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리처드 보브 로치데일증권 애널리스트는 "웰스파고의 실적 개선은 모기지 수수료에서 비롯된 만큼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며 투자의견을 '유보'에서 '매도'로 낮췄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영향으로 빚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소비자금융 비중이 높은 상업은행들이 수익성을 회복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