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外高 존폐논란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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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서울의 한 외국어고 입시 때 친구의 아들이 겪었던 일이다. 영어 이외 외국어 특기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전형에 응시한 이 학생은 에세이형 영어시험에다 인터뷰까지 치르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특별전형 선발인원이 단 한 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었다. 서울지역 외고들이 같은 날 일제히 입학시험을 치르는 관계로 더 이상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뛰어난 외국어 능력을 갖춘 학생들조차 입학의 관문을 통과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였던 셈이다. 이러한 입시를 체험한 학생들은 물론 부모들의 마음이 어떠했을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듯 싶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한동안 잠잠해 있던 외고 문제가 또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여당인 한나라당 쪽에서 특목고인 외고를 특성화고 범주에 포함시킴으로써 외고입시 경쟁을 없애고,선지원 · 후추첨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토록 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조만간 내놓을 채비다. 현행 외고 체제를 사실상 폐지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외고가 외국어 인재를 양성한다는 설립 취지와는 달리 입시 명문고로 변질돼 과열경쟁과 사교육 조장의 주범이 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외고를 둘러싼 논란은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어학영재 양성을 위한 외국어 계열의 특수목적고등학교로 설립됐음에도 불구하고 어문계열 진학률은 30%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외고 입학이 명문대 진학의 보증수표처럼 돼 버린 지도 오래다. 최근 공개된 수능성적 상위 30개교 가운데 26개교를 외고가 차지한 데서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외고 입시를 위한 사교육이 성행하고,심지어 초등학생 때부터 특목고 전문학원에 다니고 과외를 받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사교육비 문제가 서민가계에 엄청난 부담을 주며 심지어 저출산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정치권 등에서 외고 현안을 공론화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무조건 외고를 없애는 게 과연 능사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외고는 그 동안 우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월성 교육을 통해 평준화의 폐해인 학력저하를 막고 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데 나름대로 기여해 온 게 사실이다. 이런 외고를 사교육비 유발 등의 이유로 '공공의 적'으로 몰아세워 문을 닫게 하는 건 국가적 손실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사교육비 문제는 부실한 공교육과 대학입시 등 교육 전반에 걸쳐 해법을 모색하지 않고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이다. 자칫 잘못하면 사교육비 경감효과는 거두지 못하면서 수월성 교육만 망치는 교각살우의 잘못을 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외고가 안고 있는 사교육 유발과 편법운영 등의 문제는 그것대로 풀어나가면서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이라는 기능을 유지 강화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고가 사교육비 감소를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폐교하거나 자율형사립고 전환 등의 조치를 취하는 이른바 '외고 조건부 폐지론'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인문사회 영재나 글로벌리더 양성 등 수월성 교육을 위한 학교 다양화를 외고문제 해법의 하나로 검토해볼 만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외고 문제는 교육경쟁력 강화란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옳다.
김경식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이명박 정부 들어 한동안 잠잠해 있던 외고 문제가 또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여당인 한나라당 쪽에서 특목고인 외고를 특성화고 범주에 포함시킴으로써 외고입시 경쟁을 없애고,선지원 · 후추첨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토록 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조만간 내놓을 채비다. 현행 외고 체제를 사실상 폐지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외고가 외국어 인재를 양성한다는 설립 취지와는 달리 입시 명문고로 변질돼 과열경쟁과 사교육 조장의 주범이 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외고를 둘러싼 논란은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어학영재 양성을 위한 외국어 계열의 특수목적고등학교로 설립됐음에도 불구하고 어문계열 진학률은 30%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외고 입학이 명문대 진학의 보증수표처럼 돼 버린 지도 오래다. 최근 공개된 수능성적 상위 30개교 가운데 26개교를 외고가 차지한 데서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외고 입시를 위한 사교육이 성행하고,심지어 초등학생 때부터 특목고 전문학원에 다니고 과외를 받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사교육비 문제가 서민가계에 엄청난 부담을 주며 심지어 저출산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정치권 등에서 외고 현안을 공론화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무조건 외고를 없애는 게 과연 능사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외고는 그 동안 우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월성 교육을 통해 평준화의 폐해인 학력저하를 막고 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데 나름대로 기여해 온 게 사실이다. 이런 외고를 사교육비 유발 등의 이유로 '공공의 적'으로 몰아세워 문을 닫게 하는 건 국가적 손실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사교육비 문제는 부실한 공교육과 대학입시 등 교육 전반에 걸쳐 해법을 모색하지 않고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이다. 자칫 잘못하면 사교육비 경감효과는 거두지 못하면서 수월성 교육만 망치는 교각살우의 잘못을 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외고가 안고 있는 사교육 유발과 편법운영 등의 문제는 그것대로 풀어나가면서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이라는 기능을 유지 강화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고가 사교육비 감소를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폐교하거나 자율형사립고 전환 등의 조치를 취하는 이른바 '외고 조건부 폐지론'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인문사회 영재나 글로벌리더 양성 등 수월성 교육을 위한 학교 다양화를 외고문제 해법의 하나로 검토해볼 만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외고 문제는 교육경쟁력 강화란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옳다.
김경식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